2025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오프닝콘서트
- classiccriticism
- 2일 전
- 2분 분량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뛰어난 연주와 아쉬운 공간 음향”
2025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오프닝 콘서트 : 2025년 9월 21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2025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은 지휘자 장한나와 대전아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대전아트필), 협연자 박수예(바이올린), 김세현(피아노)의 무대로 문을 열었다. 올해 두 번째를 맞은 이번 페스티벌은 ‘불멸의 사랑’을 주제로 일주일간 이어졌으며, 오프닝 프로그램은 차이코프스키 <로미오와 줄리엣 – 환상 서곡>,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라단조>,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다단조>로 구성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슬픈 사랑으로 시작해서, 바이올린을 통한 슬픔과 내면의 고독한 철학을 거쳐, 인간 내면의 공포와 절망을 이겨내고 다시 빛을 향해 나아가는 라흐마니노프의 서사로 이어져 ‘이건 사랑이야!’라는 주제에 맞게 펼쳐지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읽혔다.
첫 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은 주제와 잘 어울렸으나, 수도자 주제인 서주 클라리넷과 바순의 목관 이중주는 프레이즈 호흡이 다소 불충분하여 레가토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로 인해 선율의 긴밀함이 살아나지 못했다. 현악기군에서도 첼로 및 더블베이스부터 바이올린까지 점층적으로 이루어지는 각각의 악센트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았고 플루트는 음색이 불안정했으나, 알레그로에서는 화성적 응집력이 살아나고 오케스트라 하모니도 한층 정리되었다. 하지만 템포가 느려지고 리듬의 명료성이 떨어져 몬태규와 캐퓰릿 가문 간 대립의 긴장과 역동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종결부에서도 저음 현의 배음이 형성되지 않아 바이올린의 로미오와 줄리엣 비련을 암시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받쳐주지 못해 아쉬웠다. 대전아트필은 대전 지역 출신의 39세 이하 연주자로, 매년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선발하여 젊은 음악가들에게 실질적인 무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2023년에 창단되어 지역 클래식 음악 발전과 인재 양성에 이바지하는 음악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어, 앞으로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이 해가 거듭될수록 지금보다 더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2025년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둔 박수예는 입장부터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이어진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섬세하고 맑은 고음을 선보였다. 목관의 루바토가 과도해 곡의 흐름을 느슨하게 만들기도 하고, 독주는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음향 속에 묻혀 프로젝션이 부족했다. 하지만 곧바로 카덴차에서 저음의 안정감과 주제 선율의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곡의 중심을 잡아내는 힘을 보였다. 2악장 아다지오에서 깊은 감정선을 유지하며 슬픔과 고독을 잘 표현하던 중 호른을 비롯한 관악기군의 과도한 음량이 독주와의 명상적인 밸런스를 무너뜨렸으며, 3악장에서는 바이올린 음색의 세련미에도 불구하고 민속 무곡풍 리듬에 맞게 생동감과 에너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는 독주자의 해석과 오케스트라의 반주, 그리고 홀의 음향적 조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생각된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에서 올해 17세 김세현은 정제된 해석을 들려주었다. 오케스트라도 전반보다 안정감을 되찾았고, 2악장에서 피아노와 목관의 블렌딩은 색채적으로 매력적이었다. 특히 카덴차 위에 제1바이올린의 음색이 은은히 겹쳐질 때는 부드러운 하모니가 이루어져 감동적인 순간으로 다가왔다. 다만, 호른은 여전히 톤 조절이 미흡하고 음도 이탈해 앙상블이 흔들렸으며, 사랑에 빠진 모습의 열정적 지휘자 장한나와 대조적으로 김세현은 깔끔하고 밋밋한 느낌에 머물러 선율의 호흡과 내적 서정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연륜과 경험이 쌓여가면 지금보다 훨씬 풍부한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술감독으로서 장한나는 페스티벌 개최 전부터 SNS에 진행 과정에 관한 생생한 소식을 전하며, 지역 방송 인터뷰에도 응해 페스티벌을 적극적으로 홍보하였다. 특히 올해는 협연자 신예 발굴 오디션을 개최해 우승자에게는 클로징 콘서트 협연, 차기 년도 리사이틀 기회 부여 등 젊은 음악가를 발굴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 외에도 지역 학교 학생들을 위해 오픈 리허설을 진행하는가 하면, 일주일간 공연별로 각각의 주제를 설정하고, 클로징 콘서트에서는 시민 참여 특별무대 ‘Tutti’까지 마련하여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호흡하는 등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 지역 음악 생태계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의 어쿠스틱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드러났다. 잔향과 투사력이 부족해 독주자의 섬세한 표현이 객석 끝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명료성과 균형 또한 일정치 않아 연주자들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음악적 성취와 기획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공간적 제약이 강하게 드러난 무대였다. 이는 향후 대전 예술의전당 인프라가 개선되어야 할 큰 과제이다.
글 이종선(클래식음악평론가)


![[클래식 레볼루션 2025] 체임버 뮤직 콘서트 I](https://static.wixstatic.com/media/e525b5_22c89b5be87b46f8b06d64a77d4c9ad6~mv2.png/v1/fill/w_947,h_1330,al_c,q_90,enc_avif,quality_auto/e525b5_22c89b5be87b46f8b06d64a77d4c9ad6~mv2.png)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