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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화전가 - 1

  • classiccriticism
  • 2025년 12월 31일
  • 3분 분량

국립오페라단 정기공연 한국현대오페라 <화전가>

2025년 10월 26일 일요일 15:00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가 빌보드 글로벌 차트 음원의 상위권을 장악했다. 특히, 여성 주인공 세 명이 부른 ‘골든(Golden)’은 20주 가까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 여성 보컬의 장악력을 입증하고 있는 요즈음, 국내에서도 여성만을 주인공으로 한 현대오페라가 세계 무대 진출을 목표로 그 막을 올렸다.

 10월 26일 일요일 오후 3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최우정 작곡, 배삼식 대본, 정영두 연출의 한국현대오페라 ‘화전가’의 초연이 있었다. 배삼식 작가의 ‘화전가’ 희곡을 원작으로 최우정 작곡가에게 선택되어 오페라로 각색된 ‘화전가’는 배삼식 작가와 정서적 감성을 공유하는 정영두 연출가까지 합류하며 한국 음악계뿐만 아니라 연극, 창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 또는 함께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 바 있던 이들의 만남만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베일을 벗은 한국현대오페라 ‘화전가’의 초연을 감상한 필자는 세 가지의 주요 관람 포인트로 해당 오페라를 정리하려 한다. 첫째, 거장 3인이 합심해 희극 원작의 작품을 오페라로 각색하며 어떤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것인가. 둘째, 여성만으로 구성된 등장인물을 통해 음악적 성부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사투리를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첫 번째로 거장 3인이 합심해 희극 원작의 작품을 오페라로 각색하며 희곡이 갖고 있던 원작의 진지함은 반으로 과감하게 줄였다. 원작인 희곡의 흐름에 있어 김씨와 그의 큰며느리 장림댁이 갖고 있는 서사는 그 중심에서 길고 진하게 자리하고 있다. 1950년, 역사의 잔해 속 아들과 남편을 잃은 슬픔을 공유한 기구한 두 여인의 이야기. 그러나 오페라 ‘화전가’에서는 단, 몇 개의 아리아만으로 두 인물의 감정 및 분위기가 표현됐다. 그 차이는 희곡 ‘화전가’가 원래 지닌 무게를 덜어내는 장치로 작용해 3시간에 달하는 오페라 감상의 부담을 가볍게 했다. 무엇보다 적당한 무게감은 많은 대중의 수월하고 편한 몰입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커피’ ‘설탕’ 등의 희극적 아리아의 비중을 높이고 바흐, 모차르트, 말러의 작품부터 한국 가곡 및 흘러간 가요 등의 선율을 오마주해 변주하고 바그너와 같이 공백없이 음악으로 장면을 연결하며 문화적 확정성을 도모한 최우정 작곡가의 아이디어가 한국 대중을 넘어 세계인을 대상으로 대중적인 작품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으로 파악됐다.

 두 번째로 음악적인 요소에 있어 다양한 음역대와 폭넓은 성부의 사용은 풍성한 들을거리와 짙은 감동을 제공한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존재하더라도 여성으로만 구성된 등장인물은 다소 편협된 성부와 음역대에서만 음의 사용이 가능하다. 최우정 작곡가는 이를 ‘코러스’로 해결했다. 이는 원작인 희곡과의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최우정 작곡가는 국립오페라단 위너오페라합창단의 코러스를 통해 하늘나라에 간 아들, 남편, 동생 등 여성 인물의 대화 속에만 존재하던 남성 인물의 목소리를 대신했고 때때로 여성, 남성 합창을 통해 1950년대 당시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중의 역할까지 활약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코러스’의 등장은 작품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요소일 수 있겠으나 풍성한 음향을 구사하며 음악적 완성도를 높인 요소임은 틀림없었다. 여성 주인공들의 음역대 역시,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만으로 섭외되었음에도 맡은 역할의 나이에 따라 음역대의 간격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넓게 사용함으로써 풍성한 음향을 자아냈다. 다만, 김씨 역할의 이아경(M.Sop.)은 1막의 마지막 아리아에서 피아노(p)로 마지막 음정을 길게 끌며 사라지는 부분에서 성대에 무리가 간 듯했는데. 이어진 아리아에서 지속적으로 낮은 음역대를 부를 때마다 성대의 접지가 불안정했다. 고모 역할의 김선정(M.Sop.) 역시 겉으로 보이는 성격과 달리 속정이 깊은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그의 아리아에 표현된 급격한 음역대의 변화를 안정적으로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히려 안정적인 연기력과 4막으로 진행될수록 발성의 안정감을 되찾았으며 불안정성을 보완한 두 주역을 통해 오페라 가수의 역량에는 발성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금실이(큰딸)역의 오예은(Sop.)은 노래의 안정성과 기술적 능력은 물론 연기력과 무대 장악력 등에서 그가 갖춘 다각적인 역량이 맡은 배역에 비해 뛰어나 캐스팅에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단단하게 쌓인 경험과 경력 위에 오페라 가수로써 다채로운 능력을 겸비한 여성 주역들이 활약하는 동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큰 아쉬움을 낳았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목, 금관과 타악기군의 음향이 직설적으로 크게 연주되어 현악기군과의 음향적 불균형을 초래한 점이다. 이는 목, 금관과 다양한 종류의 타악기의 사용이 다소 무분별하게 등장 및 사용되었다는 인상을 안겼다. 해당 악기군의 잦은 등장은 전쟁이 날 것을 지속적인 복선으로 적용한 작곡가의 아이디어였다고 이해하더라도 음향적 불균형은 열정적인 지휘와 대비되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만, 브로드웨이에서 흥행하던 번스타인의 작품과도 같이 작곡된 오페라 ‘화전가’ 악상의 극적인 다이내믹은 성공적으로 연주해 내며 오페라의 몰입을 도왔다.

 마지막으로 오페라 ‘화전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투리는 연구가 더 필요해 보였다. 해당 작품에서 사투리는 크게 레치타티보와 아리아 두 부분에서 모두 사용되었다. 레치타티보에서의 사투리는 주역들의 탁월한 발성과 딕션 덕분에 관객에게 잘 전달되긴 했으나, 경상도 토박이들에게는 사투리를 흉내 내는 것에 그쳤다. 그러나 아리아에 사용된 사투리의 표현을 가장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크진 않았다. 사투리가 가진 매력은 지역마다 개성적으로 자리한 악센트와 음률에서 나오는 억양이다. 그 억양을 선율로 표현하고자 했던 작곡가의 도전이 가장 흥미로운 감상 지점이었다. 결과는 도전 정신은 아름다웠으나 효과적으로 억양을 살리지 못했다.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은 강한 악센트와 하강하는 억양에 있으나 두 개의 요소 중 그 어떤 것도 해당 작품의 아리아에서 감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위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본에서는 한국의 강점기와 분단의 역사를 남녀노소 공감 가능한 드라마로 풀어냈고 음악에서는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의 조화를 통해 동서양을 아우르는 창작 오페라였다. 특히, 연출에 있어서는 제한된 공간에서 적절하게 배치된 무대연출과 안무, 정지된 모습부터 노출하고 음악의 시작과 함께 움직이는 인물 및 디제시스와 비디제시스의 사용 등의 영화적 연출, 완벽한 타이밍과 위치의 조명, 시각적인 다채로움을 선사한 화려한 색감의 한복은 한국의 현대오페라 ‘화전가’가 세계 무대에 서기에 충분함을 인식시켰다.

 최종적으로 무대 주변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보이던 아쉬움을 낳은 영어 번역까지 보완하면 한국의 현대오페라가 세계인에게 공통의 정서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며 공감과 위로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한 작품이었다.


글 이지원(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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