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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 classiccriticism
  • 2025년 12월 14일
  • 4분 분량

지휘자 없이 가능성과 한계가 공존했던 무대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 비평

2025년 07월 20일 (일)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난 7월 2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고잉홈프로젝트의 무대에서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7번 <’레닌그라드’>와 라벨의 <볼레로>가 연주되었다.


      지휘자 없이 <’레닌그라드’>를 연주한다는 발상은 기획의 참신성을 넘어 오케스트라 내부 구조와 파트 간 앙상블 형성 방식에 대해 질문하게 한다. 고잉홈프로젝트는 프로그램 구성을 라벨의 <볼레로>와 엮어 형식과 해석의 연계를 시도했지만, 그 성취의 양상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번 공연은 무대 위 자율성과 앙상블의 정밀도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장이기도 했다.


      하나의 공연을 본 두 평론가의 시선으로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 쇼스타코비치>를 살펴보자.


지휘자 없는 무대의 가능성

      지휘자 없이 연주한다는 것은, 곧 무대 위 모든 연주자가 지휘자의 역할을 함께 수행한다는 뜻이다. 특정 인물의 해석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단원이 함께 음악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이 방식은 단순히 지휘자의 존재 여부로만 논할 문제가 아니다. 명망 있는 엘리트에 의지하는 구조를 벗어나, 연주를 공동 창작의 과정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이는 음악을 대하는 철학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한다.


      이러한 새로움은 ‘프로그램북’에서도 두드러졌다. 쇼스타코비치와 라벨을 함께 연주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히 밝힌 것은 물론, 기획 의도를 부각하기 위해 한 연보에 두 작곡가의 주요 이력을 병기한 시도도 눈길을 끌었다. 또한 각 곡의 주요 리듬 패턴을 시각적 핵심 요소로 삼은 점, 작곡가의 자필 악보를 함께 실은 점, 오케스트라 배치도를 도식화한 설명, 그리고 모든 연주 단원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 점 등은 기존의 연주회 프로그램북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방식들이다.

      이처럼 평소에는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의 프로그램북 안에 다 담겼다는 사실은, 이번 연주회가 음악뿐만이 아닌 그 음악을 둘러싼 설명 방식과 관객과의 소통 구조 또한 새롭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첫 무대는 99명의 단원들로 가득 채워졌다. 입장 공간이 비좁은 탓에 단원들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플레이 디렉트를 맡은 스베틀린 루세브가 관객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의 튜닝을 이끈 뒤 통상적인 악장의 자리와는 다른 무대 중앙의 별도 좌석에 앉으면서 본격적 연주의 시작을 알렸다.


      현악기의 유니슨으로 시작된 도입부에는 분명 새로운 에너지가 실려 있었다. 99명의 단원 중 11명이 ‘2025 고임홈아카데미’ 참여 연주자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연주는 지휘자 없이도 큰 결함 없이 전개되었으며, 곳곳에서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순간들이 이어졌다. 스베틀린 루세브는 유난히 큰 제스처와 표정으로 전체를 리드했고, 몇몇 구간에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원들을 직접 바라보며 타이밍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토네이션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현악기 내부의 음정 정합성이 흔들리는 순간이 있었고, 관악기 파트에서도 유사한 불안정이 감지되었다.

      지휘자 없는 연주를 완성도 있게 이끌기 위해서는 탁월한 상호 청취 능력, 그리고 높은 집중력과 열정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리허설이 필수적이다. 향후 공연을 위해서도, 이러한 충분한 리허설 확보는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연주가 끝난 뒤 스베틀린 루세브는 자리에서 일어나 관객을 향해 인사했고, 전 단원을 일으켜 세워 관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이어 악기군별로 연주자를 소개하고, 퇴장 후에는 커튼콜에 응해 다시 무대에 올라 인사를 마무리했다.

      이는 지휘자가 있는 일반 오케스트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사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휘자 없는 연주라는 실험에 걸맞게, 공연의 마무리 형식 또한 관행을 넘어서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글 신철호(클래식음악평론가)



구조적 통일감 속 미세한 이탈

      고잉홈프로젝트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를 지휘자 없이 대편성 작품을 완주하고, 조명의 색상을 통해 곡의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참신한 기획과 의미 있는 성취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특히 1악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침략의 주제’는 무대의 조명을 붉은색 조명으로 연출해 주제의식을 분명하게 했고, 피아니시모로 시작하는 연주는 전체 앙상블과 톤 밸런스가 유기적으로 진행돼 흡인력마저 있었다. 곡이 진행됨에 따라 스네어 드럼의 지속적인 리듬 위에 오스티나토 형식을 활용해 음향을 점층적으로 팽창시키며, 라벨의 <볼레로>와 구조적으로도, 서사적 흐름에서도 유사한 전개를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인터미션 없이 이어지는 이날 공연의 프로그램 간 통일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지휘자가 없는 무대는 곡 전반에서 세밀한 표현과 앙상블의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1악장 초입 현악기 유니슨부터 톤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 제1바이올린 중앙부의 음량이 일시적으로 도드라지거나, 이어지는 제2바이올린 파트의 소리가 순간적으로 크게 부각됐다. 무대 중앙에 사선으로 마주 보며 앉은 스베틀린 루세브와 아야코 다나카가 연주를 이끌었지만, 이 둘의 앙상블조차 일부 구간에서 미세하게 흔들렸다. 특히 3악장에서는 이들의 영향을 받아 무대 오른편에 위치한 제2바이올린과 비올라의 템포가 앞서는 현상도 발생했다.


      2악장에서는 주선율을 이끄는 베이스 클라리넷과 보조 선율을 연주하는 플루트, 하프의 연주 등 소규모 앙상블에 균형감을 갖추었으나, 감정의 여백과 흐름을 주도해야 할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의 호흡 조절이 일정치 않았다. 해당 악장의 리듬의 전개 또한 단선적으로 흐르며 긴장과 이완의 대비가 뚜렷하게 살아나지 않았다.


곡 전체를 볼 때 중심축을 이룬 개별 연주자들의 기량은 대체로 뛰어났으나, 대편성 속에서 긴 호흡을 요구하는 앙상블의 일체감은 완벽하게 유지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세밀함보다는 선이 굵은 연주가 이뤄진 셈이다.

      이어진 라벨 <볼레로>에서도 세밀하지 못한 연주가 다시금 이어졌다. 초입부 플루트와 클라리넷의 톤이 일정하지 않았고, 특히 클라리넷은 프레이즈 내 악센트 표현이 다른 악기군에 비해 과도하게 부각됐다. 비록 여러 악기가 순차적으로 더해지는 과정에서 전체 앙상블은 점차 음색의 균형을 찾아갔으나, 솔로 악기군의 개별 표현력은 2023년 동일 작품 연주와 비교할 때 아쉬움이 남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주는 프로그램 기획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분명했으나, 지휘자 없이 진행된 연주에서는 앙상블과 세밀한 표현 등 보완해야 할 과제를 남긴 무대였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이번 7월 22일 무대에서도 고잉홈프로젝트는 지휘자 없는 연주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가는 방식 그 자체를 다시 묻고 새롭게 설계하고 있었다. 대편성 작품을 실내악을 연주하듯 연주자들이 곡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 방식은, 오케스트라 공연 역시 형식적 자율성과 해석의 공동성을 지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도는 프로그램 구성, 시각적 연출, 그리고 작품 간 구조적 연계 면에서 참신하고 의미 있는 기획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는 앙상블의 정합성이나 세밀한 표현력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으며,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실험을 음악적으로 완성해내기 위한 조건들이 좀 더 보완되어야 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평론가는 이 공연이 지니는 ‘형식적 도전과 음악적 완성도’ 라는 의의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분석하며, 보완이 필요한 지점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함께 짚어보았다. 고잉홈프로젝트의 이러한 실험적 행보가 향후 오케스트라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이 되어 더 높은 차원의 음악적 성취를 이뤄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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