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음 X 고잉홈프로젝트 라벨 실내악 시리즈
- classiccriticism
- 2025년 12월 14일
- 3분 분량

라벨 150주년, 실내악으로 빛난 음악적 실험
- 손열음 X 고잉홈 프로젝트 – 라벨 실내악 시리즈 공연 비평
2025년 07월 05일 (토) 17:00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지난 7월 5일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손열음 X 고잉홈 프로젝트’ 라벨 실내악 시리즈 공연은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여 그의 덜 알려진 실내악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손열음의 독창적 브랜딩과 참신한 기획력은 이번 무대를 단순한 연주회가 아닌 하나의 음악적 탐구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고잉홈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다양한 연주자들과의 협업’이라는 취지 속에서 실력파 연주자들의 조합이 빛났으며, 대중적 레퍼토리가 아닌 실내악 중심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객석을 가득 채운 열기는 이번 기획의 성공을 입증했다.

서주와 알레그로 – 하프와 앙상블의 입체적 대화
공연의 첫 무대는 라벨의 서주와 알레그로였다. 하프(라비니아 마이어)를 중심으로 플루트(조성현), 클라리넷(조인혁), 바이올린(스베틀린 루세브, 김수영), 비올라(헝웨이 황), 첼로(이세인)로 구성된 7중주는 섬세한 균형과 입체적 앙상블을 들려주었다. 특히 하프의 선율은 부드러우면서도 명징하게 중심을 형성했고, 다른 악기들은 음량과 발란스를 세밀하게 조율하여 음악적 공간감을 풍부하게 구현했다. 라비니아 마이어는 빠른 아르페지오와 플라젯토의 섬세한 음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하프의 중심성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루세브의 바이올린은 깊이 있는 톤과 정교한 보잉으로 앙상블의 전체 흐름에 입체감을 더했고, 조성현의 플루트와 조인혁의 클라리넷은 투명하고 개성 있는 솔로 라인으로 음향적 다양성을 극대화했다. 다만 곡 초반부에서 일부 앙상블의 미세한 음정 흔들림이 발견되었지만, 전체적인 조화와 음악적 에너지는 라벨 특유의 색채미를 충실히 전달했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 – 긴장과 대화의 변주
두 번째로 연주된 라벨의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소나타는 아야코 다나카(바이올린)와 문웅휘(첼로)의 듀오로 펼쳐졌다. 이 작품은 4악장 구성이며, 두 악기의 대위적 대화와 음색 대비가 중요한 포인트다. 1악장 알레그로에서는 첼로가 선율의 중량감을 담당하고 바이올린이 보다 날렵한 선율로 대조되는 구조를 보여주었으나, 이번 연주에서는 바이올린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며 다소 비대칭적인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2악장 트레 슬로우(Très lent)에서는 두 악기의 음색이 밀도 높은 화음을 이루며 라벨 특유의 몽환적 감성을 잘 드러냈다. 3악장과 4악장에서는 템포 변화를 통해 긴장과 이완의 흐름을 유연하게 조율하며, 악장 간의 드라마틱한 대비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곡이 지닌 실험적 질감과 구조적 메시지를 보다 깊이 탐구한 해석이 있었다면 완성도가 한층 더 높아졌을 것이다.

포레의 이름에 의한 자장가 – 섬세한 서정의 미학
세 번째 곡은 라벨이 스승 포레(Fauré)에게 헌정한 포레의 이름에 의한 자장가였다. 스베틀린 루세브(바이올린)와 손열음(피아노)의 연주는 감각적이고 투명한 서정미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루세브의 바이올린은 미세한 비브라토와 선율의 긴 호흡으로 포레의 서정성을 우아하게 담아냈고, 손열음의 피아노는 부드러운 터치와 투명한 음색으로 바이올린의 선율을 은은하게 받쳐주며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듯 유려한 앙상블을 완성했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 블루스와 클래식의 경계
이어진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총 3악장으로, 특히 2악장 블루스(Blues)에서 재즈적 감각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번 연주에서는 블루스적 색채를 과도하게 강조하기보다는 1악장과의 구조적 연계성을 중시하는 해석을 택했다. 루세브의 바이올린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톤으로, 손열음의 피아노는 세밀하고 투명한 터치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곡의 서정성을 더욱 강조했다. 다만 2악장의 재즈적 리듬감이나 자유로운 루바토의 표현은 다소 절제된 편으로, 보다 대담한 해석이 있었더라면 라벨이 지닌 시대적 감수성이 더욱 부각되었을 것이다. 3악장은 화려한 아르페지오와 빠른 패시지의 교차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곡을 마무리했다.
치간느 – 바이올린의 화려한 절정
마지막으로 연주된 치간느(Tzigane)는 루세브의 독주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청중의 집중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3분여의 자유로운 카덴차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바이올린의 기교와 감정 표현을 극대화했으며, 이후 피아노와의 듀엣에서는 헝가리 민속적 리듬과 민속 선율을 매끄럽게 주고받으며 다채로운 색채를 펼쳤다. 특히 루세브는 강렬한 스피카토와 빠른 더블스톱을 탁월하게 구사하며 곡의 정열적인 성격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고잉홈 프로젝트의 가능성과 미래
이번 공연은 국내에서 자주 연주되지 않았던 라벨 실내악을 새로운 시선으로 조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손열음이 주최자임에도 연주의 중심을 협연자들에게 과감히 내어주는 모습은 고잉홈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협업과 공유’의 철학을 잘 보여줬다. 특히 루세브의 깊이 있는 바이올린 연주는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다만 실내악 특유의 긴밀한 호흡과 정서적 교류 측면에서는 완숙함이 다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예를 들어 서주와 알레그로에서의 소소한 앙상블 불안이나 일부 소나타 연주에서의 해석적 깊이 부족은 아쉬운 지점이었다. 따라서 프로젝트 간, 연주자간 지속적인 관계성과 호흡은 어쩌면 이 프로젝트를 더욱 더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프로젝트성 공연은 젊은 아티스트의 과감한 기획과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만남을 통해 한국 클래식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있으며, 향후 이 프로젝트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한 한국 클래식계의 다양성과 많은 연주자들의 발굴을 기대해 본다.
글 조영환(클래식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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