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훈선 귀국 첼로 리사이틀
- classiccriticism
- 2025년 12월 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5년 12월 14일

젊은 전통주의자의 귀환
- 2025년 07월 17일 (목) 19:30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지난 7월 1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채훈선 귀국 첼로 리사이틀이 열렸다.
첼리스트 채훈선은 서울예고 재학 중 독일로 건너가 한스 아이슬러 음대와 뮌헨 국립음대, 로스톡 국립음대를 거치며 정통 유럽 음악 교육을 받았다. 이번 무대에서 피아노를 맡은 김종윤 역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한스 아이슬러 음대, 그리고 미국의 콜번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수재이다. 이날의 리사이틀은 이처럼 유사한 음악적 배경을 공유한 두 젊은 연주자가 ‘공통의 언어’로 호흡을 맞춘 무대였다.
프로그램은 베토벤 첼로 소나타 5번과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 그리고 그 사이에 티에리 에스카이쉬의 녹턴으로 구성되었다. 이 구성은 표면적으로는 고전과 낭만 사이에 현대곡이 하나 징검다리처럼 놓인 것으로 보이지만, 음악사적 맥락에서 보면 ‘소나타와 푸가의 전통’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계승한 세 작품의 조합으로도 읽힌다.
베토벤과 브람스는 각각 후기 고전과 낭만주의 안에서 소나타 형식에 푸가적 요소를 도입하여 오래된 것으로써 새로운 변화를 창출하였고, 에스카이쉬는 고전 형식을 따르진 않지만 정서의 절제와 음색 중심의 긴장감으로 고전적 정신을 현대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실제 연주도 이러한 프로그램의 내적 미학을 충실히 반영하였다.
베토벤 소나타 5번은 과장 없는 음색과 정제된 프레이징으로 시작되었으며, 피아노와 첼로 모두 감정을 외화하기보다 구조적 균형과 응축된 긴장에 초점을 맞춘 해석을 보여주었다. 첼로는 절제된 비브라토와 분명한 선율에 감정을 섬세하게 얹었고, 피아노는 투명하고 명료한 터치로 음악의 텍스처를 잘 드러내주었다.
이어진 티에리 에스카이쉬의 녹턴은 단지 ‘현대곡’이라는 위치에 머물지 않고, 고전적 선율과 화성의 현대음악적 대안을 제시하는 듯하였다. 첼로는 섬세하게 조율된 내밀한 소리로 속삭이듯 풀어나갔고, 피아노는 중첩된 화음 속에서 부드럽고도 투명한 음향층을 형성하여 첼로와의 조화를 이루며 정서의 여백과 긴장을 유연하게 조율하였다.
브람스 첼로 소나타 1번에서 채훈선의 해석은 더욱 분명히 드러났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정제된 표현으로 악상의 밀도를 쌓아갔다. 피아노 역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첼로의 흐름을 넉넉하게 받쳐주며 균형을 이루었다.
특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첼로의 10도 도약 구간의 음정 처리는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차분하였다. 첼로는 늘 있어야 할 자리에 정확히 존재했고, 감정은 외쳐지기보다 내면에서 진동하며 청중의 가슴에 스며들었다.
첼로와 피아노의 앙상블은 세련된 균형을 이루었다. 오히려 순간순간 더 강한 표현을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도 있었지만, 그 절제야말로 이 연주의 미학을 이루는 핵심이었다.
채훈선은 긴 유학 생활 속에서 얻은 음악적 사유와 내면의 결을 차분하게, 그러나 놓침 없이 또렷하게 들려주었다. 과장된 기교나 감정의 과잉 표출 대신, 형식에 대한 존중과 정서의 절제를 통해 자신이 쌓아온 음악적 기반이 결코 허술하지 않음을, 이날의 연주로 조용히 웅변하였다.
그리고 이 연주회의 또 하나의 수확은 피아니스트 김종윤이었다.
그의 연주는 시종일관 깔끔하고 명료했으며, 단순한 반주자의 위치를 넘어 연주의 방향을 함께 이끌어가는 동등한 주체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단정한 음색과 정교한 균형 감각, 그리고 시시각각 감정의 온도를 조율하는 섬세한 터치는 이 리사이틀의 음악적 밀도와 품격을 완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채훈선의 연주는 프로그램 전반에 흐르던 ‘형식의 계승’과 ‘정서의 절제’라는 미학을 명확히 구현하며, 전통의 정신을 현재의 언어로 새롭게 풀어내었다. 감정을 안으로 품되 침잠하지 않고, 조용한 긴장 속에서도 흐름을 잃지 않았던 이 젊은 첼리스트의 음악은 그가 더 넓은 세계와 더 깊은 해석으로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음을 담담히 말해주는 듯하였다.
글 신철호(클래식음악평론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