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교향악축제 강릉시립교향악단
-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4월 14일
-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30일

강릉시향, 사랑으로 완성되는 로망스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강릉시립교향악단, 지휘 정민, 피아노 윤홍천

4월 5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의 다섯 번째 무대는 강릉시립교향악단이 장식했다.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b플랫 단조 Op.23과 교향곡 제2번 c단조 Op.17이었다. 연주에 앞서 열린 프리 콘서트 렉처에서 정민 지휘자는 "차이콥스키를 사랑해서"라는 단순명료한 이유로 곡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릉과의 인연 3년을 회고하면서는 “이제는 강릉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다. 뜬금없는 그의 고백은 자연스럽게 오늘 공연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기대하게 만들었다.
성큼성큼 걸어들어온 정민은 관객의 박수가 잦아들자 곧바로 지휘봉을 들었다. 2년 전 긴장한 듯한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확신과 자신감이 드러나 보였다. 네 대의 호른으로 시작한 도입부는 차이콥스키 특유의 웅장함과 열정을 담아 시원하게 펼쳐졌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은 그의 경력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단단한 테크닉과 명확한 음색을 드러내며, 자신감 있는 타건으로 협주곡을 이끌었다. 현악기와의 앙상블에서는 조화로운 텍스처가 빛났으며, 현의 저음 피치카토는 세련되고 안정적인 울림으로 피아노를 든든히 받쳐주었다. 다만 빠른 패시지에서 감정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점, 상행 음형의 종결부가 다소 급하게 처리된 부분은 아쉬움을 남겼다.
오늘 현악기군은 뛰어난 음질을 들려주었다. 유려하면서도 안정적인 보잉을 통해 조화로운 음색과 생동감 넘치는 소리를 만드는 현악기를 보고 정민의 자신감은 이것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후반부에 연주된 교향곡 제2번을 통해 정민과 강릉시향은 보다 직관적인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크라이나 민요를 모티브로 한 1악장의 호른 선율은 좀 더 서정적인 톤으로 처리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관과 현의 음량 밸런스가 완전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는 관악기의 다이내믹 조절 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날레에서 모든 아쉬움은 말끔히 상쇄되었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황홀감을 느꼈을 것이다. 관악기의 박력 넘치는 소리, 지휘자와 교감하며 정확하게 박을 맞추는 타악기, 몰입의 극치를 보여준 비올라 수석의 열정, 그리고 이 모든 흐름을 유연하게 통제하며 함께 질주하는 지휘자의 리더십은 객석을 깊은 감동으로 몰아갔다.
이 감동스런 장면을 보며 정민은 강릉과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단원들에게 전해져 다시 지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3년 전, 정민과 강릉시향은 미지의 출발점에 서 있었다. 오늘 그들은 사랑과 신뢰로 아름다운 음악적 로망스를 써 내려가고 있다. 아직 ‘완성’이라 하기엔 이르지만, 이들의 음악적 로망스는 분명 아름다운 결말을 향해 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프리 콘서트 렉처에서 정민이 전한 그 ‘고백’의 의미를 이제야 비로소 이해하겠다.
글 신철호(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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