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케너 with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 - Echoes of Chopin
-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7월 4일
- 2분 분량

쇼팽 음악의 확장 그리고 고전에서 현대로의 여정
- 케빈 케너와 무사게테 콰르텟이 함께한 아름다운 여정
2025년 05월 25일 (일)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 피아노 케빈 케너
2025년 5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Echoes of Chopin’이라는 주제로 열린 케빈 케너와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의 공연은 고전과 현대, 대규모 오케스트라와 실내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음악적 실험의 장이었다. 이번 공연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 폴란드 출신의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 그리고 더블베이스 주자 조용우가 한 무대에 올라 선보인 자리로 케빈 케너는 1990년 제12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를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은 이후, 차이콥스키 콩쿠르 등에서도 입상하며 세계적 연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섬세한 해석과 깊이 있는 표현력으로 쇼팽 해석의 권위자로 평가받으며, 최근까지도 세계 각지에서 연주와 마스터클래스를 이어가고 있다.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은 2006년 결성된 폴란드 출신의 현악 사중주단으로, 2008년 ARD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수상 이후 전통 레퍼토리와 현대 음악을 아우르는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실내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현대 작곡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창의적인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 더블베이스 주자 조용우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독일 쾰른 국립음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과 더블베이스 레퍼토리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 세 연주진의 독보적인 역량이 한데 모여,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과 실내악 작품, 그리고 현대 작곡가들의 곡을 아우르는 폭넓은 프로그램으로 청중에게 신선한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다.
쇼팽 편곡의 미학: 피아노와 현악 오중주의 새로운 대화
공연의 첫 곡으로 연주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f단조, Op. 21은 케빈 케너와 크지슈토프 돔벡이 공동 편곡한 버전으로,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와 현악 오중주(바이올린 2,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라는 축소된 편성으로 재해석되었다. 이러한 편곡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실내악의 섬세한 질감으로 대체하며, 각 악기의 독립성과 상호작용을 강조했다. 특히 2악장 ‘라르게토’에서는 현악기의 피치카토와 피아노의 아르페지오가 교차하며 서정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 편곡은 오케스트라의 음향적 스케일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드러났으며, 피아노 중심의 구조가 강하게 남아 있어 실내악적 대화의 깊이가 다소 부족했다. 기존의 틀을 벗어난 혁신적 해석보다는, 축소 편성의 한계 내에서 원곡의 구조를 충실히 따랐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면,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화려한 대 폴로네즈’에서는 피아노와 현악 오중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곡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안단테 스피아나토’에서는 현악기의 섬세한 보잉과 피아노의 부드러운 선율이 어우러져 서정성이 극대화되었으나, ‘화려한 대 폴로네즈’에서는 피아노 중심의 구조로 인해 현악기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만약 피아노와 현악 오중주 간의 주제부를 서로 교환하는 형식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되었다면, 실내악 편곡의 미학이 한층 더 살아났을 것이다.

실내악의 정수: 시벨리우스와 펜데레츠키의 작품 해석
시벨리우스의 ‘안단테 페스티보’는 원래 현악 사중주로 작곡되었으나, 이번 공연에서는 현악 오중주 편성으로 연주되어 각 악기의 섬세한 음색과 하모니가 곡의 장엄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바이올린의 리드와 첼로의 안정적인 저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곡의 감성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펜데레츠키의 현악 사중주 3번 ‘미완성 일기의 잎들’은 단일 악장 내에 다양한 템포와 성격의 섹션이 교차하는 현대적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은 각 섹션의 대비와 전환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크로마틱한 선율과 불협화음, 다양한 아티큘레이션을 통해 곡의 긴장감과 감정의 깊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전통적 형식과 현대적 표현기법이 공존하는 펜데레츠키 후기 양식의 특징을 잘 살린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고전과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
이번 공연은 쇼팽의 작품을 실내악 편성으로 재해석하고, 현대 작곡가들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음악적 색채를 탐색한 시도로서, 고전과 현대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했다. 케빈 케너의 섬세한 피아노, 아폴론 무사게테 콰르텟의 탄탄한 앙상블, 조용우의 안정적인 더블베이스가 각 작품의 특성을 잘 살려내며 청중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했다.
비록 일부 편곡에서의 한계와 피아노 중심의 구조로 인한 아쉬움도 있었으나, 실내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 구성을 통해 음악적 다양성과 깊이를 추구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이러한 공연은 실내악의 영역을 넓히고,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해석과 표현을 모색하는 데 기여하며, 앞으로 더욱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글 조영환(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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