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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향악축제 광주시립교향악단

  • 작성자 사진: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4월 1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30일


2025 교향악축제 광주시립교향악단

흐린 달빛 속 또렷함

<2025 교향악축제: 광주시립교향악단>


4월 3일, 광주시립교향악단(이하 광주시향)은 올해 1월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병욱의 지휘와 함께 2025 교향악축제 세 번째 무대에 올랐다. 프로그램으로는 드뷔시의 ‘달빛’(관현악 편곡),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b단조’,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로 섬세함과 관현악의 중후함을 모두 갖춘 균형 잡힌 구성을 준비했다.


공연은 피아노곡으로 잘 알려진 드뷔시의 ‘달빛’으로 시작됐다. 몽환적인 선율과 섬세한 음색으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드뷔시의 친구 앙드레 카플레가 관현악 버전으로 편곡한 곡으로, 많이 연주되지 않는 곡이라는 점과 피아노 선율을 오케스트라의 입체적 느낌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 속 연주가 시작되었다.


광주시향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피아노에서 포르테. 셈여림의 대비가 분명히 살아 있었고, 특히 목관과 현악 사이의 호흡이 일정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긴 흐름을 연결한 점은 훌륭했다. 그러나 ‘달빛’의 핵심인 음색의 투명도는 충분히 구현되지 않았다. 현 파트의 활 쓰임이 고르게 정돈되지 않아 다소 거친 부분이 있었고, 각 음의 시작과 연결이 뚜렷하지 않아 선율이 희미하게 번지는 구간도 있었다. 곡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흐름의 선명도가 부족해 ‘달빛’ 특유의 맑은 음향 이미지가 온전히 살아나지는 못했다.


이어서 첼리스트 이상은의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b단조’가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첼리스트에게 고도의 테크닉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감정 전달이 동시에 요구되는 작품이다. 이상은은 이러한 감정 전달을 과장하기보다는, 절제된 감정선과 담백한 톤을 기반으로 한 해석을 선택했다. 1악장에서 강한 존재감보다는 부드럽고 차분한 흐름을 유지하며, 감정을 무리 없이 정리해 나가는 방향을 택했다. 드보르작 특유의 드라마틱한 긴장보다는 음악 안쪽의 서정을 조용히 펼쳐 보이는 방식이었다. 첼로 솔로 없이 약 3분간 이어지는 도입부에서는 관 파트의 솔로가 특히 안정적이고 인상 깊었다. 명확한 음정이 돋보였으며, 첼로의 등장을 위한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조성해냈다. 그러나 첼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에는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다소 강하게 형성되어, 솔리스트의 음색이 묻히는 순간이 발생하며 밸런스 측면에서 아쉬움을 안겼다. 2악장에 들어서면서 연주는 점차 안정세를 찾았다. 이상은은 목관과의 대화 구간에서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안정된 호흡을 보여주었고, 내면의 서정을 고조시키며 드보르작 특유의 따뜻하고도 섬세한 선율을 잘 전달했다. 이 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도 반주의 밀도를 조절하며 솔리스트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돋보였다. 3악장에서는 앞의 1악장, 2악장에 비해 강하게 끌어올리면서도 담담하고, 정리된 연주로 곡을 마무리했다. 이상은은,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으며 곡을 완주했다. 반주는 여전히 강한 면이 있었으나, 악장 후반으로 갈수록 조율이 이뤄졌다. 이후 앙코르 곡으로 카사도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중 〈환상곡〉을 연주했다. 본 무대에서 절제된 해석을 선보였던 이상은은 앙코르에서 강렬한 에너지와 테크닉을 발휘하며 홀 전체를 장악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인터미션 후 연주된 프랑크의 ‘교향곡 d단조’는 앞서 드뷔시, 드보르작 작품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1악장은 점차 긴장과 고조를 쌓아가는 구조로, 곡 전체의 흐름과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악장인데, 광주시향은 그 출발에서부터 확연히 달라진 집중력과 호흡을 보여주었다. 도입부에서는 서늘하게 깔리는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했고, 이병욱 지휘자는 빠르게 몰아치기보다는 템포 안에서 악장을 전개했다. 각 파트의 표현이 명확했고, 활 쓰임 또한 앞선 곡들에 비해 훨씬 정돈된 인상을 남겼다. 2악장에서는 분위기가 부드럽게 펼쳐졌다. 이 악장에서 광주시향은 대체로 정돈된 흐름을 유지했으나, 현 파트 위로 관 파트 선율이 더해지는 구간에서 타이밍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장면들이 있었다. 이러한 미세한 타이밍의 불일치는 아쉽게 다가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악기 간의 밸런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되었고, 곡에 대한 집중도는 흔들림 없이 유지되었다. 3악장에서는 다시 한 번 오케스트라의 응집력이 살아났다. 주제들이 재등장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이병욱은 곡을 과장 없이 안정감 있게 이끌었다. 금관 파트와 팀파니의 볼륨이 후반부에서 절정으로 치달았고, 현악기의 움직임도 마지막까지 일관된 흐름을 유지하며 사운드를 단단하게 조여냈다. 특히 각 주제가 순환되며 엮여가는 과정 속에서 동기의 정리가 명료하게 드러났고, 단원들은 전체적인 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해냈다.


프랑크의 ‘교향곡’은 이날 프로그램 중 가장 긴 호흡과 복잡한 구조를 지닌 작품이었지만, 광주시향은 이 곡에서 가장 명확한 해석과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이로 인해 앞선 두 곡의 아쉬움이 커졌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새로운 예술감독 이병욱과의 첫 교향악축제이자, 광주시향의 해석적 방향과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드러낸 순간이었다. 아직은 정제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지만,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하게 만드는 단단한 기반이 느껴진 무대였다.


글 이승훈(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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