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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 작성자 사진: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4월 18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30일


2025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기교의 정점, 서사의 시작: 노련했던 윤혜리, 열정의 정한결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4월 2일)

지휘자 정한결, 플루트 윤혜리


1989년부터 시작되어 올해 37회를 맞은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음악 축제이자 세계 유일의 교향악 대제전으로 자리 잡았다. 클래식 애호가들은 매년 기쁜 마음으로 18개의 각기 다른 단체가 선보이는 다양한 음악을 들으러 공연장을 찾고, 축제에 참여하는 단체의 연주자들을 단 하루를 위해 수많은 노력의 시간을 들인다. 올해 4월 2일 연주는 인천시립교향악단이 맡았으며, 지휘는 정한결이 맡았다. 2021년 독일 국제 지휘자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3위 입상과 청중상을 수상한 그는 2022년부터 인천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협연자로 나선 윤혜리는 1992년 한국인 최초로 제네바 콩쿠르에서 3위로 입상한 이후 전 세계를 누비며 연주해 온 배테랑 플루티스트이다. 프로그램은 무소륵스키의 <민둥산에서 하룻밤>(편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이베르 <플루트 협주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편곡 라벨)로 꾸려졌다.


2025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민둥산에서 하룻밤>은 관현악기의 부드러운 조합으로 원활하게 시작되었으며, 거기에 타악은 적절히 무게감을 더해주었다. 그러나 심벌즈의 소리를 시작으로 타악이 악곡 전체를 감싸기보다는 독립적으로 떠오르면서, 전체 구조 안에서 유기적인 흐름을 형성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더불어 정한결은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첼로-비올라 순으로 배치하는 절충식 배치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는데, 전반적으로 저음이 강조되는 형태인 만큼 잔음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조금 더 고민했으면 더 여운이 남는 연주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도 잠시, 윤혜리와 함께 진행된 <플루트 협주곡>은 모든 것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오케스트라는 전체적으로 음량을 절제함으로써, 플루트와의 균형을 정교하게 조율했다. 악장을 필두로 바이올린은 플루트를 돋보이게 하면서도 자기 존재감을 잃지 않는 섬세한 서포트를 보여주었다. 윤혜리는 순환 호흡, 빠른 텅잉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고음역에서의 정확한 인토네이션과 강약 대비의 세련된 운용을 통해 플루트의 다양한 음색적 스펙트럼을 펼쳐내며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선보였다. 밝은 고음에서는 종달새 같은 생명력이, 중저음에서는 부드럽고 촉촉한 귀촉도 같은 울림이 전해졌다. 앙코르로 연주된 드뷔시의 <시링스>는 윤혜리의 음색 감각과 프레이징의 유연성을 더욱 부각한 독주 무대였고, 1부 마무리를 훌륭하게 장식했다.


2025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1부는 윤혜리에 방점이 찍힌 연주였다면, 2부 <전람회의 그림>은 정한결과 인천시향이 온전히 자신들의 음악적 서사를 그려나가는 시간이었다. 이 곡은 작년 임윤찬의 리사이틀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곡이었던 만큼, 이들은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무척 기대가 되었다. 그러나 도입부부터 금관이 직선적으로 밀어붙이며 긴장감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이어지는 현악의 반응이 급박하게 느껴졌다. 이후 연주 또한 공명을 구현하지 못했으며, 지휘가 먼저 가고, 오케스트라가 뒤따라오게 되면서 지휘와 오케스트라의 합이 조금씩 어긋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악상 표현이 점차 안정되며 음형 구조가 명확해졌고, 관현악기와 타악기 간의 밸런스도 조화를 찾아갔다. 특히, 포르테 구간에서 정한결이 보여준 연주는 아쉬움이 남았으나, 피아니시모 구간에서 보여준 정한결의 세밀한 다이내믹 설계는 인상적이었다. 많은 지휘자가 포르테를 강조하는 데 집중하는 데 반해, 그는 오히려 미세한 소리의 섬세함을 강조함으로써 부드러운 에너지의 미감을 보여주었다. 비록 전체의 음형을 만들어내고, 각 파트의 악기 연주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 등 이들의 연주가 곡의 이름처럼, 청중을 그림이 펼쳐지는 전시장으로 초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지휘자와 모든 연주자들이 지금 이 순간의 무대를 소중하게 여기며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는 상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최근 일부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명성을 과신한 채, 제대로 리허설도 진행하지 않고 본 공연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 비해, 이날 인천시향은 다소 거칠더라도 성실하고 진심 어린 연주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연주를 평하는 데 있어, 연주 실력이 가장 으뜸이 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무대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온 열정을 다하는 연주자들의 모습은 냉정한 이성적 판단을 뛰어넘어,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2부 연주가 끝나고 앙코르 곡으로 라벨의 <어미거위> 모음곡 중 ‘요정의 정원’이 흘러나왔다. 라벨의 섬세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하프, 현악기의 조화로운 사용이 돋보이며, 마지막은 장엄한 종결로 마무리되는 곡인 만큼, 정한결은 이 곡을 통해 자신의 강점인 섬세한 음향 조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리고 정한결과 인천시향의 모습은 요정의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라벨의 곡처럼, 마치 청중에게 음악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전하고자 하는 듯했다.


2025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오케스트라 연주는 각기 다른 악기와 사람이 모여 서로 다른 매력을 합쳐서 하나로 만드는 작업이다. 노련한 윤혜리가 기교와 감정적 표현의 정점을 보여주었다면, 이제 막 시작한 젊은 지휘자 정한결은 자신의 매력과 앞으로의 진행될 서사의 시작을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더불어, 연주는 단지 기술의 발현이 아닌, 태도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이날 무대는 기술적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가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진 밤이었다. 정한결과 인천시향이 자신들이 전하고자 하는 음악을 마지막 앙코르에서 관객에게 보여주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 것처럼, 그들의 앞날 또한 빛나기를 기대한다.


글 김소정(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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