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교향악축제 대전시립교향악단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2분 분량

그리그의 서정, 홀스트의 상징 - 대전시향이 그려낸 두 개의 세계
2026년 4월 11일 토요일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여자경, 피이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
지휘자 여자경이 이끄는 대전시립교향악단(이하 ‘대전시향’)은 지난해 교향악축제에 이어 올해도 붉은 화성, 녹색의 금성, 푸른 목성 등 작품의 성격에 맞춘 무대 조명을 적극 활용하였다. 오케스트라 역시 신년음악회에 비해 전반적으로 훨씬 안정된 톤을 들려주었다.

1부에서는 피아니스트 희석 엘리아스 아클리와 함께 에드바르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16’을 연주하였다. 그리그(1843~1907)는 맑고도 쓸쓸한 서정성을 섬세한 화성과 응축된 형식 속에 담아낸 낭만주의 작곡가로, 이 협주곡 역시 강렬한 도입, 서정적 흐름, 밝은 종결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지닌다.
1악장에서 아클리의 첫 타건은 무겁고 선명하게 제시되었으며, 제1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한 현악기의 울림과 금관의 음향이 잘 결합되어 북유럽적 춤 리듬의 생동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피아노가 부각되거나 오케스트라에 묻히기 쉬운 구간에서 균형 유지가 중요한데, 카덴차 전반부에서는 과도한 루바토로 인해 흐름이 늘어졌고, 후반부에서는 반대로 템포가 빨라지며 전체 구조의 균형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2악장 아다지오는 맑고 고요한 북유럽적 정서를 드러내는 핵심 부분이다. 그러나 약음기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악기의 피아니시모 도입이 다소 크고 거칠게 들리며 음색의 투명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이어지는 호른, 첼로, 목관의 흐름 이후 등장하는 피아노 선율은 섬세하게 출발했지만, 고음역에서는 선율의 연속성이 약화되는 순간이 있었다. 또한 중간부에서는 현악기의 트레몰로와 피아노의 타이밍이 맞지 않으며 앙상블의 긴장도가 일시적으로 흐트러졌다.
3악장에서는 다시 리듬의 활력이 살아나며 전체 에너지가 상승하였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호흡도 보다 안정적으로 맞춰졌고, 장조로 전환되는 종결부 역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다만 전반적으로 템포가 다소 빠르게 진행되며 구조적 여유가 부족하게 느껴진 점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아클리의 연주에서는 젊은 연주자 특유의 에너지가 분명하게 드러났고, 무대에서 보여준 겸손하고 따듯한 무대 매너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두 곡의 앙코르는 이러한 무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확장시켰다.

2부에서는 구스타브 홀스트(1874~1934)의 ‘행성’이 연주되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우주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이 경험하는 상징적 정서를 음악으로 형상화한 관현악 작품이다. 대전시향은 무대 조명을 활용해 각 행성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도 구현했으며, 마지막 ‘해왕성’에서는 점차 사라지는 합창과 함께 소멸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연출하였다.
1악장 ‘화성’에서는 현악기의 일정한 활 사용과 관악기의 균형이 긴밀하게 유지되며, 강박적이고 뒤틀린 리듬이 긴장감 있게 표현되었다. 반면 2악장 ‘금성’에서는 전체 음향이 다소 무겁게 형성되어,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가벼움과 투명성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특히 독주 오보에와 바이올린의 대화에서 음형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부분이 있었다.
3악장 빠른 움직임과 가벼운 질감이 요구되는데, 리듬의 유연성이 부족해 다소 둔하게 들리는 구간이 있었다. 4악장 ‘목성’에서는 목관의 리듬이 잘 살아나며 활기찬 에너지를 전달했고, 현악과 관악의 밸런스도 훌륭해 공동체적 울림을 형성하며 장엄한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관객의 박수가 터지며 일시적으로 연주 흐름이 끊어졌고, 해당 관객이 퇴장하는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5악장 ‘토성’에서는 목관악기의 음색이 다소 두텁게 형성되어 시간의 흐름을 통과한 이후의 초월적 정서를 표현하는 데에는 약간의 제약이 있었다. 후반부에서도 관악과 타악의 음색이 무겁게 쌓이며 장엄함이 다소 경직된 인상을 남겼다.
반면 6악장 ‘천왕성’에서는 팀파니가 중심이 되어 선명함 리듬을 형성하며, 장난스럽고도 기괴한 위압감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였다. 7악장 ‘해왕성’에서는 보다 극단적인 피아니시모가 확보되었더라면 모호한 화성의 특성이 더욱 부각되었을 것이다. 특히 무대 밖 여성 합창은 음색과 음량의 통일성이 다소 부족하여, 멀리서 들려오는 다른 차원의 음향이라기보다 현실적인 합창의 인상을 남긴 점이 이쉬웠다.
그럼에도 종결부에서는 피아니시모에서 데크레센도, 그리고 하모닉스로 이어지는 소멸의 과정은 무대 연출과 결합되어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어진 앙코르,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메인 테마’는 프로그램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공연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글 이종선(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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