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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 classiccriticism
  • 2일 전
  • 8분 분량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 예술의전당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 예술의전당

빛만 남은 연출, 음악이 남긴 간극

2026년 7월 22, 23, 2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가 초연 100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랐다. 이번 프로덕션은 빛과 색상의 변화를 통해 폭력과 단절의 세계가 사랑과 희망의 공간으로 옮겨가는 방향은 좋았지만, 개별 무대 요소들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언어로 충분한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음악은 연출보다 균열이 더 많이 드러났다. 주역들은 각자의 발성과 표현으로 극의 중심을 지킨 편이지만,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리듬의 추진력과 톤 밸런스에서 편차를 보였고, 합창 역시 성부 간 박자와 밀집도가 여러 차례 흐트러졌다. 첫 공연에서 드러난 문제는 이후 공연에서 부분적으로 완화되거나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무대와 피트, 합창을 하나의 호흡으로 결속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직관적인 조명 연출, 이해하기 어려운 무대 디자인

이번 프로덕션의 연출은 컬러 코드를 활용한 면에서 인상적이고 작품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설명했지만, 무대 디자인 전체를 하나의 논리로 엮어내는 데에는 아쉬움이 따랐다. 또한 무대를 구성하는 구조물과 의상은 왜 그러한 형태여야 했는지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 결국 관객은 장면의 분위기를 쉽게 읽는데 그쳤고 인물의 내면과 무대의 상징은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1막은 중앙에 거대한 문을 둔 성벽을 중심으로 극을 전개했다. 외부와 단절된 국가의 폐쇄성을 시각적으로 드러냈고, 사형집행인과 군중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붉은 조명이 무대를 핏빛으로 물들였다. 이어 군중들의 합창 ‘왜 이리 달이 안 뜨는가’가 시작되자 무대는 푸르스름한 빛으로 전환됐다. 촛불을 든 어린이 합창단이 ‘동쪽 산 너머로’를 노래하며 문 안쪽에서 걸어 나오는 장면은 가사와 시각적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어울렸고, 페르시아 왕자의 처형을 앞두고 군중이 자비를 호소할 때 문 주변의 빛이 밝아졌다가 다시 닫히는 장면 역시 연민이 권력에 의해 억압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칼라프가 수수께끼에 도전하기 위해 문을 두드릴수록 빛이 강해지는 설정 또한 그의 의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2막 2장에서는 반투명 막을 활용한 공간 분할과 프로젝션 매핑으로 무대의 깊이를 만들었다. 알툼 황제가 등장하기 전에는 먹구름을 투사해 암울한 극의 배경을 만들어냈고, 황제를 등장시킬 땐 무대 가장 높은 위치에 배치한 뒤 금빛으로 물들여 절대적인 권위를 강조했다. 또한 투란도트를 거대한 함선과 함께 등장시켰는데, 이때 함선 표면의 각진 문양에 조명을 활용했다. 수수께끼 장면에서는 붉은색으로, 투란도트의 감정이 흔들리는 순간에는 빛을 지우는가 하면, 칼라프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장면에서는 금빛으로 바꾸면서 극의 전환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했다. 3막 2장에서는 두 주역이 하늘색 천 뒤로 사라지는 장면 역시 희망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결말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문제는 무대 연출 전체를 볼 때 이런 조명의 변화 외에는 관객을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연출은 투란도트를 함선과 갑옷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등장시켰고, 3막에서는 창을 공중에 매달아 폭력적인 질서를 시각화했다. 폭력과 지배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함선과 창은 일정 부분 상징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왜 투란도트가 공주가 아니라 장군에 가까운 이미지로 제시돼야 하는지, 거대한 함선이 인물의 심리나 작품의 주제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는 끝내 설명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함선은 극 전체를 지배하는 상징이라기보다 거대한 구조물 이상의 의미를 획득하지 못했고, 창 역시 류의 죽음과 투란도트의 폭력성을 드러내는 장치에 머물렀다.


이런 연출은 음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해당한다. 무대 전반이 어둡게 유지된 가운데 투란도트는 함선 구조물의 안쪽에서 노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객석과 거리가 있는 위치에서 소리를 전달해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큰 성량과 굵직한 표현력을 요구한다. 갑옷을 연상시키는 의상 역시 권위와 강인함을 시각적으로 부각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오페라 가수 관점에서 전체적인 움직임과 호흡에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두 투란도트는 연출이 만든 제약 속에서 배역을 소화해야 했다. 이러한 조건을 감안하면 두 성악가 모두 충분히 선방한 무대였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A팀 (2026.07.23.)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A팀 (2026.07.23.) ⓒ 이강원


제약 속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 두 투란도트

투란도트 역의 에바 프원카는 세 차례 공연 가운데 22일과 26일 무대에서 일관된 해석을 유지했다. 기본적인 성량이 크고 직선적으로 뻗는 음색을 바탕으로 객석 끝까지 소리를 명확하게 투사했다. 특히 함선 구조물 안쪽에서 노래해야 하는 무대 동선과 갑옷을 연상시키는 의상이라는 제약을 고려하면, 이러한 발산력은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프원카는 투란도트의 내면에 자리한 두려움보다 절대적인 권위와 냉혹함을 전면에 내세웠고, 직선적으로 뻗어 나가는 음색 역시 이러한 인물상과 자연스럽게 맞물렸다.


다만 세부적인 표현에서는 아쉬움도 남았다. 2막 아리아 ‘먼 옛날 이 궁전에서’는 비성이 섞이면서 일부 고음역의 딕션이 흐려졌고 가사 전달력이 떨어지는 구간이 있었다. 3막에서는 셈여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 강약의 경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프레이즈 해석을 보여줬다. 마치 반파 정류 회로의 출력 파형처럼 강한 구간만 반복적으로 솟아오르고, 그 사이의 흐름은 급격히 낮아지는 형태였다. 약하게 처리한 순간에는 오케스트라의 음량에 목소리가 묻히는 경우도 발생했다.


류의 죽음 이후에는 이러한 직선성이 다소 완화됐다. 목소리에 감정이 스며들면서 허스키한 질감이 나타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에서는 높은 음역의 톤과 음정을 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칼라프와 화음을 이루는 장면에서는 두 사람의 톤 밸런스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특히 백석종이 자신의 음량과 음색을 세밀하게 조절하며 프원카의 소리를 받쳐준 덕분에 균형감 있는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23일 투란도트 역의 서선영은 프원카보다 감정의 압력과 성량을 적극적으로 앞세우는 해석을 보여줬다. 브리지 구간에서도 감정을 강하게 실었고, 칼라프와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풍성한 성량과 기세로 무대를 장악했다. 반면 높은 음역에서는 딕션이 다소 흐려졌고, 목을 긁는 듯한 거친 질감이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프레이즈 중간의 들숨으로 인해 선율이 미세하게 단절되는 경우도 있었으며, 두 번째 수수께끼 이후 ‘조용히 하라’고 명령하는 대목에서는 음량을 낮추는 과정에서 음정이 흔들렸다.


결국 두 투란도트는 같은 무대 조건 속에서도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프원카가 직선적인 투사력과 냉정한 권위를 중심으로 인물을 구축했다면 서선영은 성량과 감정의 밀도를 앞세워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했다. 두 성악가 모두 가사의 섬세한 전달과 프레이즈의 유려한 연결에서는 일정 부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무대 구조와 의상이 요구한 발성 조건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둘 다 일정 부분 선방한 셈이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에바 프원카 (2026.07.26.)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에바 프원카 (2026.07.26.) ⓒ 이강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노래한 칼라프

칼라프 역의 백석종은 22일 첫 공연에서 목소리에 과도한 힘을 싣기보다 자연스러운 흐름과 안정적인 발성을 중시했다. 기본적인 성량이 크고 소리가 공간 전체로 확산되는 유형이었으며, 오케스트라와 합창의 음량이 높아지는 순간에도 성량의 밀도를 유지했다. 1막에서 세 차례 투란도트의 이름을 외칠 때에는 마지막 부분에서 단단한 진성으로 뻗어내 투란도트를 향한 칼라프의 마음과 리스크를 감수하는 결단력이 밀도 있게 잘 나타났다.


류의 호소에 답하는 아리아 ‘울지 마라, 류’에서는 템포 루바토를 활용해 프레이즈의 흐름을 유연하게 조절했다. 프레이즈 끝에서는 음량을 서서히 덜어낸 뒤 다시 밀도를 끌어올리며 다이내믹을 세밀하게 처리했다. 다만 백석종이 템포를 늦추거나 호흡을 늘이는 순간에도 오케스트라는 기존의 흐름을 유지하는 경우가 있었다. 성악가가 프레이즈의 공간을 넓혀도 피트가 이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무대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간극이 발생했다.


26일 마지막 공연에서는 첫 공연보다 표현의 강도를 높였다. 수수께끼 장면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답을 제시할 때 성량과 밀도를 단계적으로 끌어올렸고, 투란도트에게 자신의 이름을 맞혀보라고 역으로 제안하기 직전에는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음향을 넘어 객석까지 소리를 투사했다. 첫 공연이 안정성과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심으로 했다면, 마지막 공연에서는 프레이즈를 더 길게 가져가고 가사의 힘을 강조했다.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다. 마지막 공연에서 백석종은 프레이즈 끝을 길게 유지하고 순간적인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로 다이내믹을 조절했다. 반면 호흡을 짧게 끊어냄에 따라 선율의 흐름이 유려하게 이어지지 않았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첫 공연보다 힘을 더 싣다 보니 음정이 미세하게 불안정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22일에는 안정감과 절제가, 26일에는 표현의 확대와 카타르시스가 두드러졌다.


23일 칼라프 역의 김영우는 백석종보다 목소리에 힘을 더 많이 실어 보내는 쪽이었다. 음색은 묵직했고, 강한 성량을 앞세워 인물의 영웅적인 기세를 강조했다. 다만 밀도감을 점진적으로 쌓아가기보다 프레이즈마다 힘의 질감을 군데군데 돌출시키는 쪽이다. 군중들과 함께 자비를 호소하는 장면에서도 크레센도로 흐름을 형성하기보다 한 번에 강한 소리를 내보냈고, 긴 프레이즈에서는 호흡이 부족해 힘겨워지는 구간이 나타났다. 백석종이 소리를 공간으로 확산시키며 흐름을 만드는 쪽이었다면, 김영우는 질량감 있는 소리를 직접 밀어내는 방식에 가까웠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백석종 (2026.07.22.)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백석종 (2026.07.22.) ⓒ 이강원

드라마를 만들었던 류와 티무르

류와 티무르 모두 A팀이 인상적이었다. 류 역의 황수미는 맑고 정돈된 음색에 성숙한 감정 표현을 더했다. 1막의 아리아 ‘들어주세요. 주인님’에서는 고음역으로 올라가는 브리지 구간의 가사를 길게 늘여 음형의 상승을 만드는 과정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프레이즈 끝에서 음량을 섬세하게 덜어내고, 양 끝의 셈여림을 조절하는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노예라는 신분에서 비롯되는 수동성보다는 칼라프를 향한 감정을 이미 자각하고 있는 성숙한 인물의 모습에 가까웠다.


이러한 해석은 3막에서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황수미는 칼라프를 향한 감정을 깔끔한 음색 안에 담으면서도 진성과 비브라토의 비중을 프레이즈에 따라 조절했다. 류가 사랑의 힘을 고백하는 과정에서는 밀도를 덜어낸 뒤 고음으로 흐름을 풀었고, 마지막 아리아 ‘얼음 같은 공주님의 마음도’는 비브라토와 순간적인 셈여림을 활용해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했다. 오케스트라의 오블리가토도 이때만큼은 황수미의 음색과 유사한 결로 이어졌다. 성악과 반주가 드물게 하나의 정서를 형성한 순간이었다.


티무르 역의 심인성은 류가 죽은 뒤에 인물의 존재감을 보다 뚜렷하게 드러냈다. 죽은 류를 깨우려는 장면에서 울컥하는 감정을 과장된 몸짓으로 소비하지 않고 목소리와 연기로 승화했다. 딸과 같은 존재를 잃은 노인의 절망이 짧은 장면 안에서 응축되며 높은 흡인력을 형성했다. 류의 죽음 이후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관계가 빠르게 전환되는 연출 속에서도 심인성은 그 죽음의 무게가 쉽게 사라지지 않도록 장면을 붙들었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황수미 (2026.07.26.)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황수미 (2026.07.26.) ⓒ 이강원

무대의 생동감을 음악이 받치지 못한 핑, 팡, 퐁

핑 역의 김종표, 팡 역의 김재일, 퐁 역의 서범석은 부채를 활용해 세 대신의 희극적인 성격을 살렸다.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이들이 처형된다는 위험을 언급하는 가사에서는 부채를 목에 가져다 대는 동작을 취하는 등 반복되는 죽음의 공포를 익살스러운 몸짓으로 전환했다.


2막 1장의 삼중창 ‘나는 호난에 집 한 채가 있네’에서는 세 사람이 겉옷과 신발을 벗고 바닥에서 푸른 천을 꺼내 연못을 만들었다. 오른쪽 상단에서 비추는 흰색 스포트라이트는 피비린내 나는 황궁과 대비되는 안식처를 형성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추상적인 기억에 머물게 하지 않고 손에 잡히는 풍경으로 바꾼 점은 직관적이었다.


다만 음악적으로는 세 공연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22일에는 1막부터 많은 가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리듬이 처지고 순간적으로 템포가 느려지는 구간이 나타났다. 23일에는 세 사람의 리듬이 상대적으로 살아났지만, 오케스트라의 반응은 여전히 무거웠다. 두 공연 모두 김종표가 프레이즈에 따라 셈여림과 발음으로 음악의 움직임을 살리려 했으나, 관악기의 음량이 성악을 가리거나 반주가 늦게 반응하는 순간이 이어져 아쉬움이 있었다.


결국 세 대신의 장면은 성악진의 몸짓과 가사 처리만으로 생동감을 유지해야 했다. 오케스트라가 짧고 탄력적인 리듬을 제공하지 못하자 희극적인 대화는 늘어지고, 고향을 회상하는 서정적인 부분도 선율의 곡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세 인물이 장면의 성격을 바꾸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그 뒤를 받쳐야 할 음악적 드라마가 형성되지 않은 셈이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김종표, 김재일, 서범석 (2026.07.22.)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김종표, 김재일, 서범석 (2026.07.22.) ⓒ 이강원

극의 배경을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오케스트라

로베르토 아바도가 이끈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세 공연에서 공통적으로 리듬과 톤 밸런스의 불균형을 드러냈다. 22일에는 금관의 음정과 어택, 현악기의 음량 변화, 무대와 피트의 호흡이 고르게 정돈되지 않았다. 23일에는 일부 장면에서 밀도와 텐션이 조금 더 살아났지만 대체로 금관과 목관의 불안정한 톤은 여전했다. 마지막 공연인 26일에도 금관의 어택과 음정이 흔들리면서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1막에서는 프레이즈 사이에서 바이올린 파트의 음량이 갑자기 커지며 톤 밸런스가 흔들리는가 하면, 하프는 잔향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아 류와 칼라프의 서정적인 장면을 건조하게 만들었다. 푸치니의 <투란도트>는 강한 금관과 타악기, 이국적인 선율을 활용하지만 음량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극적 긴장감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짧은 리듬의 반복과 선율의 방향, 다이내믹의 축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번 연주에서는 금관의 음량이 다른 파트보다 앞서거나 템포가 늘어지면서 음악이 무겁게 가라앉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1막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티무르와 류, 핑, 팡, 퐁이 칼라프의 도전을 만류하는 가운데 음악은 점차 템포와 밀도를 높여 칼라프가 징을 울리는 순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세 공연 모두 오케스트라는 템포를 충분히 끌어올리지 못했다. 22일에는 극적인 상승감이 부족했고, 26일에는 금관의 톤과 밀도까지 불안정해지면서 클라이맥스가 평면적으로 들렸다.


칼라프가 투란도트의 수수께끼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에서는 ‘징’이 아닌 무대 위의 문을 두드리도록 연출했다. 이에 실제 징의 울림은 오케스트라 피트에서 연주하도록 했다. 문을 두드릴 때마다 빛이 밝아지는 효과는 분명했지만, 세 공연 모두 첫 번째 타격에서 무대의 동작과 피트의 징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다. 시각적 행동과 음향이 분리되면서 1막의 결말이 지녀야 할 드라마도 시각적 동작과 음향 사이에 이격이 생긴 셈이다.


2막에서는 전환부와 수수께끼 장면에서 불안정함이 반복됐다. 황궁 앞 광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호른의 톤이 흔들렸고, 투란도트가 등장하기 직전에는 무대와 피트의 호흡이 어긋났다. 두 번째 수수께끼에서는 목관과 투란도트의 프레이즈가 맞지 않았으며, 솔로 악기의 음량이 갑자기 커져 성악을 압박하는 순간도 있었다. 황제의 등장에서는 웅장한 음향을 형성했지만, 소리를 객석으로 발산하기보다 피트 안으로 수렴하면서 무대의 규모에 비해 극적 강도는 크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면별로 유의미한 포인트는 존재했다. 3막에서 핑, 팡, 퐁이 칼라프를 회유할 때 프레이즈 뒤쪽에 악센트를 두어 굵직한 리듬을 만든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수수께끼 장면에서 팀파니 등 타악기로 적당한 음량으로 긴장감을 조성한 방식도 효과적이었다. 무엇보다 류의 마지막 아리아에서는 오블리가토가 황수미의 음색과 유사한 결로 이어지며 성악의 감정을 세밀하게 받쳐줬다. 결과적으로 아바도는 특정 장면에는 개별적인 음향 포인트를 짚어내 인상적인 흐름을 만들어냈지만, 전체적으로 극적인 호흡을 조직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로베르토 아바도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로베르토 아바도 ⓒ 이강원

반복되는 합창의 균열

합창은 세 차례 공연에서 공통적으로 밀집도와 앙상블의 편차를 드러냈다. 1막 초반 군중들의 합창부터 무대 오른쪽에 위치한 남성 성부의 음량과 밀도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왜 이리 달이 안뜨는가’에서는 합창이 오케스트라보다 먼저 나오는 구간이 있었고, 목관과 성부의 호흡도 어긋났다. 마지막 공연에서는 어린이 합창에서도 성부 간 앙상블이 순간적으로 분리되는 구간도 발생했다.


사형집행인을 둘러싼 군중 장면에서는 무대 왼쪽 합창의 밀도가 비교적 좋았지만, 딕션과 음형이 또렷하게 정돈되지 않았다. 2막에서 칼라프가 수수께끼에 도전하자 군중들이 황제의 만세를 기원하는 장면에서 여성 성부가 오케스트라보다 앞섰고, 남성 성부에서도 박자가 빨라지는 구간이 종종 나타났다. 객석에서는 각 성부가 하나의 거대한 음향을 형성하기보다 시간차를 둔 돌림노래처럼 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공연을 거치면서 문제의 위치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유형은 비슷했다. 세 차례 공연에서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실수라기보다 무대와 피트, 합창 전체를 통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구조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아바도는 오케스트라의 주요 클라이맥스와 장면별 음향을 강조했지만, 합창의 리듬과 성부를 세밀하게 정돈하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합창이 어그러지는 순간에도 음악의 진행을 유지했고, 각 성부를 다시 하나의 박자로 수렴시키는 움직임은 뚜렷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합창은 극의 집단적인 공포와 광기를 형성하기보다 개별 성부의 음량과 박자를 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B팀 (2026.07.23.) ⓒ 이강원
2026 예술의전당 오페라 <투란도트> B팀 (2026.07.23.) ⓒ 이강원

빛이 보여준 결말, 음악이 남긴 간극

이번 <투란도트>는 색채와 조명의 변화를 통해 극이 나아갈 방향을 비교적 분명하게 제시했다. 폐쇄된 성벽과 붉은빛으로 시작한 무대는 마지막에 구조물을 걷어내고 금빛과 하늘빛의 공간으로 전환됐다. 폭력과 단절에서 사랑과 희망으로 이동한다는 결론은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작품 전체의 설득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함선과 창, 갑옷을 연상시키는 의상은 투란도트의 권력과 폭력성을 강조했지만, 인물의 공포와 내면을 확장하는 상징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연출은 장면의 정서를 설명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각각의 시각적 요소를 하나의 해석으로 결속하지는 못했다.


음악에서도 개별적인 성취와 전체적인 완성도 사이의 간극이 컸다. 주역들은 각기 다른 발성과 표현으로 인물의 성격을 구축했고, 불리한 무대 조건 속에서도 극의 중심을 지켰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리듬과 톤 밸런스, 합창의 성부 간 앙상블은 세 차례 공연에서 유사한 문제를 반복했다. 특정 장면에서는 성악과 반주가 긴밀하게 맞물렸지만 이런 순간들이 작품 전체의 호흡으로 축적되지는 않았다.


결국 이번 공연의 한계는 각 요소의 수준보다 이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있었다. 조명은 극의 목적지를 가리켰고 성악진은 그 길을 개별적인 기량으로 채웠지만, 무대와 피트, 합창은 같은 방향으로 충분히 수렴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절망의 공간은 걷혔으나 그 변화를 음악적으로 납득시키는 과정에는 끝까지 간극이 남아 있었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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