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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창원시립교향악단

  • classiccriticism
  • 7월 1일
  • 2분 분량

선율의 윤곽이 드러나기 위한 조건

2026년 4월 17일 금요일 1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김건, 바이올린 김서현


협주곡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77'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은 탄탄한 기본기를 보여줬다. 음량은 크지 않았지만, 작은 소리 안 에서도 보잉 컨트롤이 정돈되어 있었고, 비브라토와 포지션 이동 역시 안정적이었다. 특히 1악장 카덴차에서는 프레이즈를 길게 끌고 가며 진성 기반의 밀도감을 유지했고, 코다 부근에서 펼쳐지는 음형의 상하행도 감정에 매몰되기보다 이성적인 접근 안에서 표현했다. 다만 당김음의 악센트나 리듬을 밀어붙이는 대목에서는 다이내믹의 폭이 크지 않아 긴장감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았고, 보다 서정성을 가미하였던 2악장에서는 상행 음형의 변 곡점에서 여운을 남기기보다 곧바로 다음 음으로 넘어가며 표현이 부자연스럽게 들리는 순간도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전반적으로 템포와 음량을 낮춰 협연자를 보조했으나, 1악장에서는 오보에의 음형이 오케스트라 전체 소리에 가려져 충분히 드러나지 않거나, 호른의 톤과 음량이 순간적으로 튀는 등 관악기군의 밸런스는 고르게 정돈되지 않았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 a단조, Op.44에서는 전반적으로 첼로와 비올 라를 중심으로 한 현악기군은 큰 음량으로 두텁게 선율을 채색했고, 악장 이 진행될수록 목관의 연주도 점차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성과 풍부한 선율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개별 악기군이 서로의 소리를 충분히 듣고 맞춰가기보다 각자의 연주에 집중하여, 선율의 윤곽이 흐려지는 순간이 종종 발생했다. 목관은 현악기 음향 안에 묻혀 선 율이 드러나지 못했고, 금관이 가세하는 대목에서는 오히려 현악기의 음형 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1악장 튜티의 경우 금관의 음량 이 전면에 부각되고 리듬이 단단하게 처리하면서 작품의 후기적, 근대적 면 모를 부각하는 효과를 냈지만, 이로 인해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러시아적 향수나 어둡게 번져가는 선율의 정서는 상대적으로 옅어졌다. 3악장 또한 유희적인 성격을 띠는 패시지에서 개별 음형이 느슨하게 이어지면서 리듬의 텐션과 템포의 밀도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으며, 선율의 방향성이 흐려져 관악기가 그 사이를 메우는 대목에서도 아티큘레이션의 대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창원시향은 곡이 진행될수록 개별 악기군의 톤을 안정화시키고, 하나의 호흡으로 앙상블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잔향 안에서는 각 악기군이 서로의 소리를 들으며 음량과 선율의 윤곽을 더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연은 공간의 음향을 고려 한 밸런스 설계와 악기군 간의 상호 호흡이 연주의 설득력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 무대였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6 6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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