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교향악축제 인천시립교향악단
- classiccriticism
- 2시간 전
- 2분 분량

봄의 궤적: 파격의 태동에서 원시적 만개로
2026년 4월 4일 토요일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최수열, 피아노 이경숙
2026년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른 인천시립교향악단(지휘 최수열)은 바레즈의 현대적 파격에서 시작해 베토벤의 고전, 그리고 스트라빈스키의 원시적 생명력으로 이어지는 ‘봄의 여정과 만개’라는 서사를 선보였다. 낯선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조화로운 에너지로 치환해낸 이들의 여정은 악단의 현주소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에드가 바레즈의 ‘튜닝 업(Tuning Up)’은 기준음 A음이 지닌 전개의 다양성을 실험적으로 확장하며 객석에 신선한 자극을 던졌다. 복잡한 타악기 군의 앙상블을 흐트러짐 없이 조율해낸 지휘자의 통제력과 후반부 오케스트라 총주의 강렬한 흡입력은 이번 프로그램의 서막을 알리는 훌륭한 프롤로그였다.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이날 공연의 예술적 중심을 잡아준 시간이었다. 특히 1악장에서 피아니스트 이경숙은 특유의 빠르고 부드러운 아티큘레이션을 통해 유연한 선율미를 구축하며 객석을 압도했다. 오케스트라는 이에 화답하듯 웅장함보다는 독주자의 유연한 라인을 보조하는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호흡으로 이상적인 조화를 꾀했다. 비록 관악부 도입에서 미세한 엇박과 음향 불균형이 감지되었으나, 1악장 후반 카덴차에서 선보인 고조된 템포 속의 견고한 안정성은 인상적이었다. 2악장의 유려한 트릴과 3악장에 이르러 완성된 독주자와 악단 간의 완벽한 결속은, 원숙한 피아니스트의 개성을 기대하긴 어려웠지만, 절제와 안정의 미학을 택한 연주로 기억될 것이다.
마지막 곡, 봄의 제전은 이날 무대에서 최수열과 인천시향의 존재감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난 순간이었다. 1부 ‘대지의 경배’에서 현악은 보잉의 통일감을 바탕으로 밀도 있는 앙상블을 보여주었고, 과도하지 않은 타악은 전체 오케스트레이션과 좋은 균형을 이뤘다. 2부 ‘희생’에서는 금관의 안정적인 선율이 중심축을 형성하며, 타악과 날카로운 현악이 구축하는 긴장 속에서도 구조적 중심을 잃지 않게 했다. 다만 타악이 음향 비중을 크게 점유하면서 현악의 세부 디테일이 다소 가려졌고, 연주 중간 다이내믹의 대비가 조금 더 과감하게 부각되었다면 작품 특유의 원초적 긴장감은 더욱 살아났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주는 최수열과 인천시향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의 응집력과 안정성을 충분히 입증한 무대였다.
이번 인천시향의 연주는 신선한 선곡, 절제된 협연, 그리고 강렬한 종결을 통해 하나의 프로그램을 설득력 있는 서사로 묶어냈다. 낯선 변화로 시작해 원초적 에너지의 만개로 나아간 이 무대는, 새로운 지휘자와 함께 인천시향이 단순한 완주를 넘어 자신들만의 색채와 해석의 방향을 점차 분명히 하고 있음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클래식음악평론가 조영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