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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서울시립교향악단

  • classiccriticism
  • 16시간 전
  • 2분 분량

정교한 기술 너머의 예술을 묻다

2026년 4월 9일 목요일 1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얍 판 츠베덴, 클라리넷 임상우


교향악축제 무대에 오른 서울시향은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지휘 아래, 전반에 클라리넷 수석 임상우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 를 협연하고, 후반에는 차이콥스키'교향곡 5번 e단조, Op.64'를 선보였다.

임상우는 메조 피아노부터 피아니시모에 이르기까지 셈여림의 폭을 세밀하게 조율하며 모차르트 협주곡이 가진 구조 안에 클라리넷의 따뜻한 음 색을 표현했다. 1악장에서는 감정의 과잉 없이 악단과 유기적인 호흡을 보여주었으나, 2악장에서는 이를 너무 견제한 탓인지 때때로 프레이즈의 흐 름을 경직되게 끊어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3악장 역시 리듬의 생동감이 개별 음계의 명료한 표현으로 이어지지 않아 흐름이 단선적으로 흐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호흡해 온 악단과의 앙상블은 무척 훌륭했다. 그는 오케스트라의 소리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거나 다시 드러나는 과정에서 톤과 음량의 이질감 없이 일관된 음악 언어를 들려줬다.


이어진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에서는 서울시향의 탄탄한 기본기와 객원 단원들의 뛰어난 기량이 시너지를 냈다. 호른, 트럼펫, 클라리넷에 배치된 객원 연주자들은 기존 단원들과의 이질감 없는 합을 보여줬다. 특히 클라리넷 객원 수석으로 참여한 조인혁은 음악적 표현을 과감하게 발산하면 서도 오케스트라 전체 앙상블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유연하게 안착 시켰다. 금관악기 또한 안정적인 톤과 음정으로 통쾌한 순간을 선보이기도 했다. 오보에가 전체적인 톤 밸런스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도드라진 점은 아쉬웠다.

츠베덴은 빠른 템포와 변곡점 없는 리듬으로 흐름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선율은 깔끔하게 정리되었으나 음악은 단조로웠다. 셈여림의 변화가 이어져도 실질적인 다이내믹의 폭을 체감할 여백이 부족하다 보니 허탈함마저 들었다. 이러한 평면적인 해석은 단조에서 장조로 이행되며 발산되는 작 품 특유의 서정적인 깊이감을 반감시켰고 소위 도파민을 자극하는 연주에 머물게 했다.


이날 공연은 분명 서울시향의 탄탄한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하지만 관객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것은 정교한 기술, 그 너머에 있는 예술의 영혼이다. 공연장을 나서며, 알맹이가 결여된 채 매끄럽게만 다듬어진 연주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 이 글은 ≪음악저널≫ 2026년 5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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