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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향악축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작성자 사진: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6월 24일
  • 4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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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프랑스인의 부천적응기: 관객을 압도할 무기 -

2025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 부친필하모닉오케스트라


2016년까지 서울시향 팀파니스트로 활동한 뒤, 세계 무대에서 지휘자로 인정받은 프랑스 출신 ‘아드리앙 페뤼숑’이 부천필 상임지휘자로서 처음 공식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설레는 첫 만남, 개개인별로 실력이 뛰어난 단원들로 구성된 것은 입증했으나 음향적 균형이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현악기는 전체적으로 작은 음량으로 목, 금관악기를 지원하지 못했으며 목, 금관악기의 다채로운 표현에 대한 가능성을 주저하게 했다. 특히, 저음 현의 흔들리는 음정에서 오는 불완전한 공명은 타악기와의 부조화를 낳았다. 융화되지 않은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하나의 파동으로 합체되어 공간을 울려 자아낼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감동적인 음형을 실현하지 못했고 전율이 이는 감상 또한 할 수 없었다.

악보 없이 모든 파트의 시작을 짚어주며 연주자보다 더 음악에 빠져 유영하듯 지휘하던 페뤼숑은 타이밍에 대한 합에 가장 초점을 맞추었다. 이는 프레이징의 뒷마무리가 어설퍼지는 실수를 낳았고 결국, 라벨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는 악보를 읽는 단계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것은 그동안 폭넓은 레퍼토리를 통해 단련된 노련한 수석 단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음향적 균형을 조절하는 부천필 단원들의 모습이었다. 결국, 한국 오케스트라에서 들을 수 있던 다이내믹 중에서 비교적 가장 풍부한 다이내믹 표현을 자아냈다. 더불어 서로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 또한 돋보였는데 바이올린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채감을 선보이며 활약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협연으로 연주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에서 가장 빛을 발했다. 오케스트라 단원, 협연자를 비롯해 공연장을 찾은 관객과도 친근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페뤼숑이 이끄는 새로운 부천필은 결과적으로 아쉬움마저도 다음 공연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했다.

     

라벨, 세헤라자데: 요정서곡

  첫 시작 곡인 라벨의 작품은 결과적으로 포인트가 되는 지점의 호흡을 맞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에 페뤼숑이 가진 프랑스적 색채감이나 라벨의 대한 해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목, 금관악기의 타이밍은 어긋났고 현악기의 소리가 작아 답답했으며 특히, 중음의 빈약함은 작품 전체의 명쾌함을 떨어트렸다.

  흘러가는 패시지에서 한 프레이징의 끝은 명료하면서도 알맞은 공명으로 처리해 줄 때, 오케스트라 전체의 음형에 있어 통일감과 진행감이 관객에게 더욱 잘 전달된다. 초반의 팀파니는 피아니시모(pp) 조절과 프레이징 끝 음의 공명 처리 없이 다음 음형만을 위한 의도되지 않은 뮤트(mute) 처리는 아쉬움을 안겼다. 그러나 곡의 중반으로 진행되자, 점차 오케스트라와 음향의 균형을 잡아가는 영리함, 노련함과 끝에는 공명까지 세심하게 처리하는 최주옥 수석(팀파니)의 인상적인 연주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박지윤의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부천필은 라벨의 ‘세헤라자데’를 통해 굵직한 부분을 중심으로 합의한 약속에만 집중해 생동감 있는 표현이 부족해 아쉬웠다. 그러나 뒤이어 이어지는 브루흐의 작품은 표현력에 있어 자타공인 풍부함을 지닌 박지윤과의 협연이었기에 다시금 기대감을 안았다. 아쉽게도 부천필은 큰 변화 없이 협연자의 뉘앙스에 맞추는 최선의 노력만 더했다. 부천필의 다소 밋밋했던 표현력이 박지윤의 다양한 색채감으로 해당 곡을 표현하고자 했던 연구를 더욱 독보이게끔 뒷받침이 되어주기도 했으나 오케스트라와 협연자의 동등한 협력과 상승의 극적인 효과의 부재는 큰 아쉬움을 안겼다.

  박지윤은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 벌처럼 탁! 쏘는 듯한 핑거링과 이상적인 활의 각도로 음형에 알맞은 활의 무게를 변화무쌍하게 조절하면서 하나의 현으로 연주하는 듯한 탁월함을 선사하며 존재를 빛냈다. 특히, 더블 스토핑(double stopping)을 정확하고 명도 높게 처리하며 뒤이어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3악장의 빠른 패시지에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기세로 명확하면서도 재빠른 왼손 핑거링과 활의 움직임 및 속도를 일치시키는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하프와의 듀오로 연주된 앙코르곡, 라벨의 ‘하바네라 형식의 소품’까지 감상하니 부분적으로 핑거링이 활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도 파악되며 바이올린을 완전하게 장악한 듯한 카리스마는 확인하기 어려웠으나 결정적으로 피아니시시시모(pppp)부터 시작하는 폭 넓은 다이내믹과 낭만적인 암 비브라토로 관객의 감성까지 촉촉이 적시며 바이올린 협주곡의 매력과 즐거움을 충분히 선사했다.

  다만, 라벨에서 브루흐의 곡으로 진행되며 꾸준히 의문이 남은 것은 부천필의 저음 현이었다. 첫 곡에서는 호른, 대북, 팀파니와 저음 현이 듀오처럼 함께 연주해야 하는 부분이라 악기의 특성상 조율되지 않은 듯한 울림이 느껴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두 번째 곡을 감상하고 나니 특히나 더블베이스의 조율에 문제가 있는 듯했다. 게다가 타이밍도 늦으며 현악기군을 감싸주지 못하는 더블베이스의 연주에 큰 의문은 마지막 곡을 더욱 재촉하게 했다.


▶ 협연을 마치고 인사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 협연을 마치고 인사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림스키-코르사코프, 세헤라자데

  페뤼숑이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를 선곡한 이유는 부천필 악장들의 뛰어난 기량을 드러내고자 함이었다. 이 곡은 각 파트의 솔로와 오케스트라의 다채로운 색채감이 강조되는 작품으로, 특히 악장들의 기교와 표현력이 돋보일 수 있는 곡이다. 최지웅 악장(바이올린)은 이러한 의도를 충실히 반영하듯, 민첩하면서도 섬세한 보잉과 정교한 음정과 표현을 극대화하는 비브라토를 구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선율의 흐름을 유려하게 이끌며, 곡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화려한 색채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페뤼숑의 기대에 부응하는 인상적인 연주였다.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다채로운 음색으로 음악을 구현하고자 했던 스네어의 질감적 표현을 비롯해 솔로와 오케스트라가 일치한 어법으로 주고받으며 서로의 소리를 확인하는 모습도 만족스러웠다. 2악장의 바순 연주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거기에는 드디어 더블베이스의 안정적이고 완전해진 파동이 감싸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안정된 저음 현과 중간 음역의 높아진 밀도로 전체적인 음향 밸런스를 맞춰내면서도 폭풍우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하는 관악기의 차례까지 현악기가 단단하고 풍성하게 뒷받침이 되길 바랐으나 현악기의 전체적으로 작았던 음량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걸림돌이 되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처럼 생생한 심상을 떠올리게 하고자 했던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의도에 따라 작곡된 작품임에도 단일화된 진한 음색만 고수하던 오보에와 뚜렷하지 않은 질감의 스네어와 트라이앵글 등 2시간 가까이 지속된 아쉬움은 자연스레 지휘자로 시선을 향하게 했다.

  원석을 소개하고 끝내고자 하는가? 원석을 강력한 무기로 다듬고 완성해서 관객을 매료할 수는 없는 것일까. 협연자와 눈을 1:1로 맞추고 악보 없이 제1, 2 바이올린의 사이로 들어갈 듯 단원들과 물리적 거리까지 가깝게 하며 적극적인 지휘를 펼치던 페뤼숑은 어떤 것을 그리려던 것이었을까. 페뤼숑은 긴 팔과 허리, 다리를 사용해 유영하듯 오케스트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짚어주고 나면 본인이 가장 음악 속에 심취해 있었다. 지휘자와 연주자의 구분이 없어 보여 시각적으로는 색다른 감상이 가능하기도 했지만,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는 프레이징의 시작 타이밍만 집중하고 마무리는 흐지부지하게 처리하며 세밀함을 유지하지 않는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아쉬운 부분을 시정하지 못하며 밋밋한 ‘세헤라자데’를 구현했다. 이것이 아직 연주자로 활동한 기간이 더 긴 페뤼숑의 가치관일지 혹은 아직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지는 앞으로 펼쳐나갈 페뤼숑과 부천필의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악장 사이사이 단을 내려가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연주자와 때때로 어수선한 관객석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여유와 배려의 성품을 느낄 수 있던 페뤼숑이 부디 부천필과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기를 바라며 6월에 있을 부천아트센터에서의 공연을 기대해 본다.


▶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 지휘자 아드리앙 페뤼숑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글 이지원(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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