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를 섬세하게 어우러진 하모니로 위로하다
-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2021년 11월 10일
- 3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1년 11월 24일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모차르트 합창곡 연주
평론가 이진복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이 때에 음악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것이 저희 음악인들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지휘자 박치용(1968-)은 모차르트
(W.A. Mozart)의 ≪환호하라, 기뻐하라 Exsultate Jubilate≫,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Miserere≫, ≪주의 자비를 Misericordias Domini≫ 그리고 ≪레퀴엠 Requiem≫를 통해 신
에 대한 메시지와 음악을 통한 위로를 관객들에게 전했다.
박치용이 이끄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은 무리없는 자연스러운 발성과 풍부한 배음 그리고 화성
적 균형감을 통해 코로나로 인해 지친 관객들에게 신에 대한 경외와 찬미를 통한 위로의 메시
지를 던졌다. 서울모테트챔버오케스트라는 합창단과 서로 호흡과 영감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음악의 아름다움과 무게감을 더했다.
지휘자 박치용의 음악 해석은 과거와 전통에 무게를 두면서도 관객과의 소통에도 소홀하지
않는 면모를 보임으로써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자신이 음악에 개입해야 할
때와 오케스트라 스스로 음악을 만들도록 해야 할 때를 정확히 알고 효과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음악 안에서 하나로 만들어 냈다. 박치용의 지휘자세는 허리와 어깨를 꼿꼿이 핀 상태로 정확
하고 깔끔한 도형을 그리며 군더더기 없이 비트를 전달하여 안정감을 주었다. 음악이 고조될
때 자칫 빨라지기 쉬운 템포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자연스럽게 리듬이 표출되도록 단
원들을 이끌었다.
≪환호하라, 기뻐하라 Exsultate Jubilate≫에서 현악기군은 미리 계산된 일정량의 활쓰기와
최소한의 비브라토만을 사용하여 고전시대의 넘치지 않으면서도 절제된, 교양있는 음색을 만
들어 냈다. 소프라노 오은경은 성대를 조이고 호흡을 단단히 하여, 정확한 발음과 딕션으로
신에게 바치는 기쁨과 영광의 노래를 아름답고도 분명하게 전달했다. 특히 프레이징을 간결하
게 함으로써 고전시대의 음악미학을 구현해 냈다.
≪주여 불쌍히 여기소서 Miserere≫에서는 목과 성대의 힘을 풀고 바이브레이션을 넣지 않
은, 청아한 슬픔이 감도는 목소리로 시편 50편의 가사를 노래했다. 잘 훈련된 서울모테트합창
단의 뛰어난 성부간 밸런스는 깊은 울림과 풍부한 화음감, 배음을 만들어 내어 잔향시간, 명
료도의 측면에서는 뛰어나지만 공간감의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도 손색없는 울림을 만들어 냈다.
이어 ≪레퀴엠 Requiem≫중 <입당송 Introitus>에서, 레퀴엠의 첫 멜로디를 노래하는 바순
의 호흡은 견고하고 묵직하여 음색이 바닥으로 무겁게 깔리며 곧바로 나오게 될 비통한 노래
를 예고했다. 이어서 비가를 노래하는 베이스를 필두로 한 합창단의 절대자에 대한 애통한 노
래가 홀을 가득 메웠다. 소프라노 오은경은 프레이징 처리를 섬세하고 유려하게 함으로써 애
잔함을 더했다. 다만, 합창단의 경우 마스크를 써서 그런지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아 스
크린을 보지 않으면 발음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은 다소 아쉽다.
<진노의 날 Dies irae>에서는 현악기군이 16분표의 빠른 패시지를 팔의 힘을 빼고 무게를
실어 배경을 극적으로 연주하는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음악의 격렬함에 하나가 되어 심판의
날의 분노를 극적으로 노래했다. 특히, 현악기군과 합창단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며 상승작용
을 일으켜, 마치 태풍이 점점 커지는 듯한 격렬한 <진노의 날>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를
알아차린 지휘자는 최소한의 제스처만 취하며 음악에 개입하지 않았고, 음악적 소용돌이가 스스로 창조되어 증폭되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만 트럼펫 주자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연주했으면 더 극적인 음악적 소용돌이가 창조되었을 것이다.
<두려운 왕이시여 Rex tremendae>에서는 현악기가 팔의 무게와 각도를 정확히 계산하
여 붓점의 액센트를 부각시키며 온활로 연주하는 가운데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흐름
을 이어받아 합창단은 절대자에게 외치는 간절한 구원의 호소를 노래하였다. 이후 소프라노와
알토 그리고 테너와 베이스가 성대를 풀고 얕은 호흡과 작은 다이나믹으로 교대로 흐느끼듯
‘구원해주소서 (Salvame)’를 노래하는 종지부분에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대비되는 다이나믹의
차이가 절대자에게 호소하는 영원의 순간을 느끼게 했다.
“코로나로 인해 앞으로 합창 자체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고 한 서울
모테트합창단 단원은 말했다. 그만큼 공연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절실했고, 그러한 마음이 공연
을 통해 뿜어져 나와 최고의 레퀴엠을 만들었던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콘서트홀에 입장하는
합창단을 보았을 때 과연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을 했으나, 첫 음
이 울리는 순간 그러한 걱정이 모두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그들 마음 속에는 절실함이 있었고
그것이 신에 대한 외침으로 승화되어 코로나로 지친 관객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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