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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아트센터 X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피터와 늑대 & 어미 거위>

classiccriticism
5월 29일
4분 분량

음악과 시각자료가 함께 무대를 만들 때

2026년 5월 28일 목요일 19:30 GS아트센터


GS아트센터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이번 공연은 애니메이터 그레구아르 퐁이 함께한 무대였다. 그는 미리 준비된 배경과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장면 중간중간 현장에서 스타일러스를 사용해 캐릭터와 오브제를 실시간으로 그려 넣었다. 음악의 흐름과 장면 전환에 맞춰 미리 구상한 이미지를 즉석에서 완성해가는 방식이었다. 이번 공연의 성패는 음악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데 있지 않고, 음악과 이미지가 함께 서사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런 점에서 <피터와 늑대>는 음악, 이미지, 내레이션이 함께 서사를 만들어낸 성공적인 무대였던 반면, <어미 거위 모음곡>은 상징적 이미지를 제시하는 데 머물러 어린이 공연으로서의 흡인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1부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에서는 라이브 드로잉, 내레이션, 오케스트라 연주가 비교적 균형 있게 맞물리며 공연의 장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퐁의 그림은 라이브 드로잉의 특성을 살려 몇 개의 선만으로 캐릭터를 간결하게 묘사했다. 그 가운데서도 <피터와 늑대>에서는 동화풍의 간결한 선을 유지하면서도, 고양이를 그릴 때는 귀를 강조하고, 늑대의 눈은 10시 10분을 가리키는 시계바늘처럼 표현해 개별 캐릭터의 인상을 또렷이 부각했다. 퐁은 음악을 중심으로 장면을 축약하되, 상징이 되는 부분은 반드시 삽입하는 방식으로 시각자료를 기획했다. 예컨대 피터가 나무에 오르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담장 앞에 선 피터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그려 장소와 상황을 암시하도록 했다. 이때 음악과 내레이션은 생략된 동작을 보완하며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이러한 방식은 악기와 캐릭터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에서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곡의 막바지에 할아버지가 투덜거리는 구간을 내레이션이 강조할 때, 음악에서는 바순뿐만 아니라 클라리넷 선율도 함께 등장했다. 애니메이션 역시 할아버지와 고양이를 함께 배치해 관객이 악기와 캐릭터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도록 했다. 또한 퐁은 라이브 페인팅과 사전에 준비된 애니메이션 사이에 이질감이 생기지 않도록 현장에서 조정하는 순간도 보였다. 가령 피터가 나무에 올가미를 매는 장면에서는 첫 터치에 그렸던 밧줄 일부를 지우고 다시 그리면서 밧줄의 각도를 조정해, 이후 이어질 애니메이션과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공연 전반에 걸쳐 오케스트라의 악기를 실시간 카메라로 프로젝션에 비추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의 움직임과 악기별 선율이 충분히 대응했기 때문에 어린이 관객도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백승현이 지휘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 역시 극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했다. 오보에와 호른의 톤 밸런스가 다소 흔들리는 구간도 있었지만, 피터가 나무에서 내려오거나 올가미를 내리는 장면에서 하행 음형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등 음악이 각 장면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화가 난 할아버지가 피터를 집으로 데려가는 대목에서도 바순 음형의 아티큘레이션과 뚜렷한 리듬 처리, 프레이즈 끝에서 포르테로 강조되는 현악기의 연주는 극적 상황과 음악적 긴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내레이션은 윤수영 KBS 아나운서가 맡았다. 그는 장면별 상황과 분위기를 동화책을 읽듯 전달했고, 긴박한 대목에서는 억양을 조절해 극적 긴장감을 살렸으며, 어린이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필요한 안내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때때로 내레이션이 선율을 다소 가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번 공연이 어린이 관객을 주요 대상으로 한 기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극에 몰입을 더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음악만으로 서사를 따라가기 어려운 어린이 관객에게 내레이션은 곡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 셈이다.


객석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많았다. 1부에서는 공연 중 자신의 의견을 크게 말하거나 칭얼거리는 소리가 일부 들리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장내가 지나치게 산만해지지는 않았다. <피터와 늑대>의 명확한 스토리라인과 내레이션, 캐릭터 중심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 관객을 안정적으로 붙든 결과로 보였다.


반면 20분의 인터미션 이후 이어진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에서는 장내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해졌다. <어미 거위 모음곡>은 각 곡이 독립적인 장면과 분위기를 제시하는 성격이 강한 데다 내레이션이 사라지면서, 어린이 관객이 작품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다소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그레구아르 퐁은 <어미 거위 모음곡>을 '상징'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화했다. 곡의 도입부에는 두건을 쓴 어미거위가 화면 상단에서 중심을 잡고, 중앙에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얼굴이 좌우로 배치되었으며, 하단에는 펼쳐진 책이 그려졌다. 이는 어미거위가 이야기꾼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또한 각 곡의 시작 부근에 요정과 책을 함께 배치해, 이를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장치로 활용했다.


이러한 상징성은 곡 전반에 걸쳐 계속 이어졌다. 뿔이 달린 괴수 이미지를 통해 '미녀와 야수'의 성격을 드러내거나, 여성 인물을 통해 여왕과 미녀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장면의 상징성을 전달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피터와 늑대>처럼 음악적 요소와 시각적 캐릭터가 긴밀하게 대응하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음악과 이미지가 함께 움직이는 생동감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졌다.


연주 역시 <어미 거위 모음곡>에서는 선율을 또렷하고 굵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프레이즈 사이의 여백을 남겨두기 보다 곡의 윤곽을 앞세워 작품의 구조는 분명히 전달됐지만, 라벨 특유의 섬세한 셈여림이나 잔향을 활용한 인상주의적 색채는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 음향적으로도 클라리넷과 플루트 등 일부 목관의 음량이나 색채가 다소 과장되게 들리는 순간이 있어 곡의 특색이 온전히 살아나지는 못했다.



이번 공연이 드러낸 또 하나의 문제는 어린이 공연을 둘러싼 관람 환경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에서는 객석이 다소 어수선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성인 관객이라면 어느 정도 포용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 관객이 공연장을 경험하고 클래식 음악에 진입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보호자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어린이 관객에게 공연장 이용 수칙과 관람 예절을 함께 알려주는 일은 공연 관람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혹시 어텐던트의 안내 과정에서 사소한 오해가 생기더라도, 보호자가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자녀에게 공공문화시설의 이용 태도를 설명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욱 성숙한 관람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공연이 프로코피예프의 <피터와 늑대>나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같은 소수의 기존 레퍼토리에만 반복적으로 의존할 필요는 없다. 어린이 관객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클래식 기반 작품이나 교육적 성격을 지닌 현대 레퍼토리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시도도 필요하다. 과거 국내에서 청소년을 위해 Stookey의 'The Composer Is Dead'가 공연된 사례가 있었듯, Peck의 'The Thrill of the Orchestra'와 같은 작품도 교육용 레퍼토리로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5월의 여러 가족 음악회 가운데 이번 공연은 어린이 클래식 공연이 무엇을 매개해야 하는지를 비교적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피터와 늑대>는 음악과 애니메이션, 내레이션이 결합할 때 어린이 관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어미 거위 모음곡>은 시각자료가 상징적인 장치로만 활용될 때 일부 어린 관객들의 집중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어린 관객이 늘어나는 지금,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경험하는 공연의 질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어린이 공연은 단순히 클래식에 대한 친숙함을 제공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건강한 상상력, 섬세한 감수성, 그리고 예술적 완성도를 두루 갖춘 레퍼토리를 통해 어린 관객이 음악을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이를 위한 레퍼토리 개발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단순한 입문용 프로그램을 넘어, 새로운 청중과 레퍼토리를 함께 길러내는 장으로 확장되기를 기대한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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