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예술의전당 2026 신년음악회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2분 분량

전달 방식의 정교함이 남긴 과제

2026년 1월 7일 수요일 19: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26 신년음악회〉는 지난해 문화적으로 화제가 된 흐름을 폭넓게 끌어안으면서도, 미래를 향한 상징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획이었다. 프로그램은 2025년 문화예술상을 받은 작곡가 최우정의 곡으로 문을 열고, 화제가 된 〈폭싹 속았수다〉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OST를 포함했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피아니스트 이혁·이효를 연이어 배치해 10년의 시간차를 둔 콩쿠르 이슈를 한 프로그램 안에 묶었고, 후반부에는 국립합창단 청년교육단원까지 참여해 미래 세대의 상징성도 더했다. 다만 ‘무엇을 기획했는가’보다 ‘어떻게 전달했는가’에서 완성도의 편차가 컸고, 공연이 진행될수록 편곡과 연출 같은 전달 방식의 설득력은 약해졌다.


프로그램의 처음과 끝은 신년음악회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한몫했다. 첫 곡 최우정 〈수제천 resounds〉는 현악 중심의 주선율을 계면조 선법으로 반복 전개하며 ‘메아리’의 질감을 구축했다.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구간에서 금관이 주선율 위로 음량을 단계적으로 얹고, 팀파니 롤링으로 튜티를 포르테로 마무리하며 흐름을 정리했다.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우효원 〈아! 대한민국–건곤감리〉는 팀파니·모듬북이 초반부터 흐름을 밀어 올렸고, 고석진의 전통북 솔로가 리듬의 추진력을 응축해 곡의 방향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합창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음향을 집약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협연 무대는 만족감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생상스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에서 임지영은 상·하행 스케일 패시지를 매끄럽게 전개했고, 서정적인 구간에서 메사 디 보체로 소리를 섬세하게 다듬었다. 다만 활의 무게를 가볍게 두어 음량과 다이내믹 폭이 적었고, 강한 악센트가 요구되는 대목에서는 음정이 흔들리는 구간도 드러났다. 이혁·이효의 바흐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BWV 1062’는 고음에선 명료한 터치로 이끌고, 보조선율에서는 페달을 절제하며 중저역의 밀도를 더하는 방식으로 대비를 만들었다. 그러나 성부가 겹치는 순간 호흡이 맞지 않아 음형이 지저분해졌고, 3악장에서는 높은 성부의 악센트가 과도하게 부각되며 음량 밸런스가 흔들렸다.


이후 등장한 OST 연주에서는 ‘어떻게 전달했는가’의 문제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시간이었다.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연주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과 ‘소다팝’은 각 악기군에 멜로디를 순차 배분하고, 무대 벽 조명연출로 색채를 덧입혀 시각적 효과를 보탰지만, 오케스트레이션 속에 전체 선율의 윤곽은 흐려졌다. 특히 ‘소다팝’은 후렴구의 반복 리듬이 확대되는 과정에서도 통속적인 진행만 전면화되며 중독성이 있는 후렴구의 캐릭터가 약화됐다. 두 곡은 원곡 버전에서 각각 보컬의 캐릭터와 후렴의 제스처를 중심으로 어필한 레퍼토리인 만큼 그 핵심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든 보강할 장치가 필요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OST 역시 음악만 떼어내기보다 장면의 맥락을 떠올리게 하는 최소한의 매개가 결합됐어야 했다.


국립합창단이 부른 윤학준의 ‘나 하나 꽃 피어’는 가사 자체가 곡의 중심축에 놓인 레퍼토리다. 그러나 이번 무대는 합창을 통한 선율과 음색 위주로 흘렀고, 각 성부의 화성의 간섭으로 시어의 맥락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 빔 프로젝터로 풍광을 확장하는 연출도 그 빈틈을 완전히 메우지는 못했다. 오히려 가사를 자막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병행됐다면 ‘개인의 작은 변화가 결국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신년음악회의 주제인 ‘새로운 시대를 여는 강인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는 최우정 〈수제천 resounds〉과 우효원 〈아! 대한민국–건곤감리〉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구현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음향 설계, 편곡과 연출이 각 곡의 핵심을 전면화하지 못해 프로그램 구성력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졌다. 공연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데는 프로그램 및 출연진 구성 못지 않게 전달 방식이 중요함을 시사하는 무대였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6 2월호에 게재되었다.

댓글


법인번호 110321-0049873  |  서울특별시 서초구 바우뫼로 11안길 25. 101호

​문의 : 02-2237-6126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