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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묜 비치코프 & 체코 필하모닉 Ⅰ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1분 분량

섬세한 조율로 살아숨쉰 ‘나의 조국’

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19: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곡연주로 접하기 쉽지 않은 스메타나 ‘나의 조국’을 작곡가의 고향 오케스트라인 체코 필하모닉이 체코 독립기념일에 들려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공연은 이미 각별한 의미를 띠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작품의 본질이 진정성있는 연주를 통해 비로소 살아나고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비치코프가 해석한 스메타나 ‘나의 조국’은 작품 전체의 구조, 음향과 음색에 관하여 일관된 모습을 보였다. 6개의 모든 곡이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와 같은 저현악기를 중심으로 각 성부간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연주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각 파트의 표현이 과장되지 않았으며, 프레이즈 사이로 이뤄지는 찰나의 여백까지 계산해서 세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비치코프는 1곡 ‘비셰흐라트’의 도입부에 이뤄지는 하프의 네 개의 음형을 기반으로 솔로 연주를 마음껏 펼쳐냈고, 뒤이어 나오는 관악기의 프레이즈를 짧게 설계하면서도 곡이 진행됨에 따라 전체 구조는 점진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2곡 ‘블타바’에서는 비올라, 첼로 등 보조선율을 연주할 때 유연한 리듬으로 템포 변화를 세밀하게 조절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이때 프레이즈 사이에 생겨나는 순간의 여백들이 루바토를 타고 입체적으로 곡이 진행됐다. 현악기의 흠잡을 곳 없는 보잉 컨트롤은 3곡 ‘샤르카’에서 특히 더 잘 드러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셈여림 속에서 오케스트라의 중심이 되는 톤 밸런스를 맞춰내며 다이내믹을 나타내 곡 전체 흐름이 생동감있게 펼쳐지기도 했다. 곡의 정점으로 향하는 6곡 ‘블라니크’에서는 파트별로 색채감 분리를 유지하는 등 음악적인 흐름에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비올라 섹션끼리 또는 현과 관악기 사이에서 템포가 맞지 않는 구간이 발생하기도 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는 못해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작품 전체의 구조와 균형잡힌 앙상블은 이 곡이 지닌 역사적, 민족적인 색채감을 과장된 감정으로 이끌지 않은 연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보여진 세밀하게 조절된 루바토와 프레이즈 설계는 ‘나의 조국’이 하나의 웅장한 기념비를 넘어 여전히 살아 숨쉬는 음악 그 자체임을 체험하게 한 시간이었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5 12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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