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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대한민국오페라 페스티벌 누오바오페라단 <라보엠>

  • classiccriticism
  • 3일 전
  • 2분 분량


미니멀한 무대, 자막의 미학, 음악에 드리운 그림자

2025년 6월 13일 금요일 19:30 에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지난 6월 13일에 진행한 제16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누오바오페라단 <라보엠>에서는 미니멀한 무대와 거친 음향이 맞부딪친 무대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극의 몰입을 더하는 자막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각 막의 시작 전, 무대 커튼을 스크린 삼아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 정경’의 일부를 발췌하여 원문을 표현했고, 자막 화면을 통해 한국어로 줄거리를 요약했다. 이는 오페라의 언어적 구조와 배경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도우면서 극의 몰입을 유도하는 훌륭한 시도였다. 특히 쇼나르는 1막에서 속어에 가까운 자막을 차용함으로써 인물의 유쾌한 캐릭터의 특성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미니멀한 연출을 꾀했다. 이런 연출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3막이었다. 핀 조명을 사선으로 교차하듯 쏘고, 나무를 표현하듯 검은 실루엣을 핀 조명을 통해 표현했다. 자연스럽게 이별, 그리움, 오해가 섞인 인물 간의 정서가 드러났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1막 초반부에는 현악기와 관악기가 다이내믹 표기에 맞춰 거친 질감으로 연주를 이어가 겨울의 풍광을 살려내는 듯하였으나, 극이 진행될수록 다이내믹 표현에 따라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와 표현을 방해하는 구간을 종종 마주할 수 있었다. 특히 크레센도의 표현은 포르테로 단선화되어 연주가 이뤄져 주·조역 할 것 없이 각 인물의 감정 곡선이 가려지거나 일률적으로 평탄화되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 또한 목관악기의 연주에는 날카로운 색채로 연주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고, 소규모로 이뤄진 현악기 편성에 무게감 있는 활 운용으로 공명감이 없는 표현이 이뤄지기도 했다.


오페라 가수도 작품이 진행되는 과정 전반에 걸쳐 서정적인 극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살려냈다고 보기엔 어려웠다. 3, 4막에서는 안정되었지만, 1, 2막에서는 부자연스러운 음악적 표현이 극의 흐름을 방해하였다. 가령 로돌포 역의 이승묵이 ‘그대의 찬 손’을 노래할 때는 박자가 앞서는 경우가 있었고, 마르첼로 역의 강기우는 레가토 과정에서 음절과 음절 사이에 연음 처리를 하지 않아 가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흐름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미미 역의 이영숙은 절절한 연기를 하였지만, 음형의 상·하행을 넘나들기보다 평면적인 노래를 이어가는 편이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악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미니멀리즘이 입혀진 색다른 연출, 극에 몰입을 도와주는 자막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떠받칠 세밀한 연주와 일관된 앙상블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작품 속에 깃든 감성을 전달하기 어렵다. 무대와 음악이 한 걸음 더 섬세하게 맞물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페라 축제의 명성에 걸맞은 무대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5 7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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