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대전국제음악제 - 루이빌 카디날 싱어즈
- 한국클래식음악평론가협회

- 6월 24일
- 3분 분량


제25회 대전국제음악제_소리와 영혼의 합창축제
- 성장의 문턱에서: 무대를 채운 깊이와 에너지 -
2025년 06월 14일 (토) 17:00 루이빌 카디날 싱어즈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25회 대전국제음악제 ‘소리와 영혼의 합창축제(A Choral Celebration of Sound and Spirit)’에서는 미국 루이빌대학교 소속의 루이빌 카디널 싱어즈(The Louisville Cardinal Singers)가 여섯 번째 내한 무대를 선보였다. 캔트 해터버그 박사(Director Dr. Kent Hatteberg)의 지휘 아래 무대에 오른 이들은 세계 각국의 합창 무대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노련함과 깊이 있는 표현력이 돋보인 무대를 선보였다. 아직 성숙에 이르지 못한 발성과 음향 밸런스, 디테일의 부족은 분명한 한계로 작용했지만, 프로그램의 구성력과 일부 단원의 개별적 역량 무엇보다 단원들의 합은 향후 발전의 여지를 보여주었다.
브람스의 작품으로 시작된 ‘카디널 싱어즈’의 아카펠라 공연은 소리의 중심이 흐트러져 있어 특유의 집단 에너지를 분산시켰다. 특히, 중, 저음역의 부재가 음악적 안정감을 해쳤고 과도하게 전면에 부각된 소프라노 음량은 전체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무대 배치 역시 넓게 퍼져 있어 밀도 있는 사운드를 형성하지 못했다. 게다가 공연 중 이어진 관객 입, 퇴장과 맹목적으로 곡이 끝날 때마다 행해지던 산만한 박수도 몰입도를 저하시켰다.
전환의 시작은 라인베르거의 칸투스 미사, ‘키리에‘였다. 서양 음악사의 기준이 되는 작품인 동시에 합창단의 주요 레퍼토리인 만큼 익숙했을 해당 곡을 기점으로 소리는 다소 안정세를 되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바리톤 파트의 울림은 빈약했고, 남성 단원 일부는 불안정한 음색으로 인해 성악적 완성도를 떨어뜨렸다. 뿐만 아니라, 긴장한 탓인지 중음역대 단원들의 목이 풀리지 않은 듯한 상태의 음색은 변성기 청소년의 불안정한 소리를 연상케 했으며, 섬세한 반음계 진행에서의 표현력 부족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이 진행될수록 눈에 띄게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으며 일부 소프라노 단원은 단연 돋보였다.
무대 구성은 곡마다 유동적으로 변화하며 시청각적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지휘자의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그 변화가 곡의 해석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해 다소 형식적으로 느껴졌고, 가사가 무대에 제시되지 않은 점은 관객의 이해와 몰입을 제약했다. 악보의 충실한 재현은 있었지만, 해석적 깊이는 다소 부족했다는 점도 공연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공연은 2부에 들어서며 명확한 전환을 맞이했다. 미국에서 내한한 합창단답게, 영어 가사의 레퍼토리에서 단원들의 감정 이입을 보다 자연스럽게 유도했고, 전체적인 공명과 발성 역시 한층 성숙해졌다. 이 지점부터 무대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서, 정서적 울림을 동반한 '공감의 장'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미국 작곡가의 편곡으로 구성된 곡들에서 단원들의 감정 전달력은 더욱 극대화되며 이전까지 느껴졌던 해석적 한계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피아니시시모에서의 절제와 긴장을 유지하는 팽팽한 호흡, 데크레센도 구간에서의 절제된 감정 표현도 오히려 강렬한 정서를 불러일으켰고, 그 미묘한 다이내믹 안에서 진심 어린 메시지가 비로소 관객에게 도달했다. 2부 레퍼토리에는 ‘옹헤야’와 같은 한국 민요 기반의 곡도 구성되어 대전예술의전당을 찾은 관중들의 더욱 뜨거운 환호를 얻었다. 관객과의 교감을 더욱 높인 단원들은 완전히 긴장이 풀며 자유로운 표현으로 화답했다.
공연이 마지막에 이르자, 단원들은 통일된 발성으로 유기적인 연대와 조화를 완성했다. 당김음에 기반하여 여럿이 호흡을 맞추기에 까다로운 리듬을 명쾌한 호흡으로 강세의 뉘앙스까지 절묘하게 살려내며 감탄을 자아냈다. 이는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했던 번스타인의 작품까지 연상시키며 클라이맥스를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 켄트 해터버그 박사의 의뢰로 작곡된 ‘Danny Boy’, Boney M.의 ‘By the Rivers of Babylon’이 떠오르는 선율을 지닌 일리 매튜 마냐노(Ily Matthew Maniano)의 ‘잠시 동안(A Little While)’에서는 지휘자의 감성과 합창단에 대한 애정과 가치관을 증명하는 듯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하모니와 합창단의 뛰어난 기량을 적절히 보여주며 곡에 대한 높은 소화력으로 이 순간만큼은 기술적 미숙함이 아닌, 음악이 지닌 본질적 감동이 무대를 장악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단순한 감탄을 넘어, 그 감동이 무대와 객석이 함께 공유되는 현장이었다.
물론, 공연 전반으로 음향이 미성숙하고 부분적인 음정 불안이 존재했으며, 모테트와 마드리갈부터 브로드웨이 느낌의 리듬감을 가진 현대작품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구성한 만큼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다양한 해석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중반 이후 도달한 감정의 밀도는 이 공연이 단순한 발표의 수준을 넘어섰음을 증명했다. 더불어 루이빌대학교 카디널 싱어즈의 아카펠라 공연은 음악적 감동뿐 아니라 실황 무대만의 생동감을 전했다. 곡이 시작되기 전, 지휘자가 피치파이프를 사용해 단원들과 매번 음정을 맞추는 모습은 녹음된 음반이나 편집된 영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장면으로, 아카펠라 특유의 긴장감과 즉흥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이번 공연은 완성된 음악적 서사가 아닌, 진행 중인 여정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완성도 높은 합창의 미학보다는, 성장과 열정의 이야기가 더 돋보였으며, 이는 단체의 진정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확실히 드러냈다. 지휘자의 음악적 철학과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이 기반이 되는 한, 기술적인 미숙함은 금방 극복될 만큼 완전에 가까이 있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겠다. 이 단체가 앞으로 어떻게 레퍼토리의 해석력을 심화하고, 소리의 밀도와 균형을 끌어올릴지 그 진화의 여정이 더욱 흥미롭고 기대된다. 그리고 그 궤적의 어느 지점엔, 분명히 오늘 이 무대가 있을 것이다. 음 하나하나 속에 숨은 진심, 화성 속에 담은 열망으로 결국에는 온전한 하모니를 이루며 관객과의 하모니까지 성공시킨 해터버그 박사와 루이빌 카디널 싱어즈는 다양한 세대의 관람이 특징적이었던 해당 공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마치 정화된 듯, 힐링의 순간으로 그들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를 것이다.
글 이지원(클래식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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