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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혁 클라리넷 리사이틀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2분 분량

높은 완성도와 대비되는 후반부의 아쉬움

2025년 12월 13일 토요일 20:00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조인혁의 리사이틀은 피아니스트 박영성과 함께 라보–가데–베르크로 이어지는 전반부에서 세밀한 다이내믹과 아티큘레이션으로 곡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알반 베르크 이후 프로그램에서는 음 전환 과정에서 톤이 균일하지 못해 음악적인 흐름이 자주 끊기는 인상을 남겼다.


앙리 라보의 <솔로 드 콩쿠르 Op.10>는 반복 악구에서는 소리의 크기를 점진적으로 키워 몰입감을 끌어올린 뒤, 미세하게 속도를 높여 뒷부분의 빠른 전개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나갔다. 곡의 내면이 드러나는 첫 지점에서는 호흡을 조절해 음형의 상·하행에 따라 다이내믹을 섬세히 조정했으며, 별도 지시어가 없는 경우에도 선율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연주자의 본능적인 음악성이 돋보였다. 경쾌한 흐름을 이어갈 때는 스타카토로 프레이즈를 짧게 끊어내는가 하면, 이어지는 스케일 패시지에서는 호흡을 길게 유지한 레가토로 연주해 선율을 유려하게 ‘한 줄’로 묶어 대비 효과를 극대화했다.


알반 베르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 Op.5>에서는 텅잉을 포함한 다양한 테크닉이 시시각각 전환되며 표현됐고, 넓은 다이내믹 범위 속에서 클라리넷이 품을 수 있는 다채로운 표정이 유독 선명하게 드러났다. 1악장에서는 트릴 이후 플러터텅잉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연결부가 다소 거칠게 흐르는 듯한 질감까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져 흐름을 매끄럽게 맞춰냈다. 마지막 악장에서 피아노가 극단적인 스포르찬도를 명확히 드러낸 뒤 아주 작은 음량으로 지속음을 유지하는 순간에도, 클라리넷은 동일한 톤을 그대로 받아내며 일관된 결을 만들었다. 촘촘해지는 음형 사이로 밀도감을 높여내며 순식간에 표정을 효과적으로 바꿔내 흡인력을 더했다.


그러나 이후 프로그램에서는 흐름이 불안정해지며 곡을 매끈하게 이어가는 힘이 점차 약해졌다. 이어진 갈루아몽브랑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협주 소품>에서는 음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엠보셔가 순간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구간이 빈번하게 노출됐다. 특히 프레이즈를 발산하며 마무리한 뒤 빠르게 다음 프레이즈로 이어가야 하는 대목에서도 소리가 충분히 정돈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러한 부분은 2부 마지막 곡인 브람스의 <클라리넷 소나타 1번>에서도 이어졌다. 조인혁은 곡 전반을 비교적 날카로운 음색으로 이끌었고, 선율이 지닌 고유의 유연함과 아름다움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했다. 순간마다 균일한 톤이 유지되지 못한 채, 여린 음에서 점차 흐름을 확장해 나가는 프레이즈에서는 소리가 관을 스치듯 거친 질감이 드러나거나 고음역에서 배음이 과도하게 부각돼 음색이 흔들리기도 했다. 반면 피아노는 상대적으로 설득력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2악장에서는 서정적인 선율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피날레에서는 활기찬 성격을 명확히 살려내며 곡의 흐름을 정돈했다.


결국 이날 무대는 전반부에서 드러난 세밀한 설계와 앙상블의 완성도가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적인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라보와 베르크에서 확인된 치밀한 다이내믹 설계와 테크닉 운용은, 연주자가 무대 위에서 어떤 기준으로 소리와 표현을 조직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지점이었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6 1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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