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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레볼루션 2025] KBS교향악단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5번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2분 분량

질서에서 혼돈으로, 완벽에서 불완전으로

2025년 9월 3일 수요일 19:30 롯데콘서트홀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은 바흐의 음악적 질서와 쇼스타코비치의 인간적 고뇌라는 양극단을 탐색하는 하나의 거대한 철학적 아크(Arc)를 보여줬다. 그 대장정의 대미를 작성한 폐막 공연은 오르가니스트 박준호의 바흐와 레오디나스 카바코스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의 쇼스타코비치를 통해 페스티벌이 던진 거대 담론의 명제와 그에 대한 인간적 응답을 한 무대 위에서 변증법적으로 직조해 냈다.


공연의 1부를 책임진 오르가니스트 박준호는 첫 곡인 바흐의 ‘토카타 d단조, BWV 565/i’를 통해 작품의 건축적 구조를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여러 인터뷰에서 강조했던 '건반을 적시에 떼는' 부분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잔향이 긴 롯데콘서트홀의 상황을 고려하여 4성부 구조의 소리를 뭉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연주했다. 이어진 ‘코랄 파르티타 11개의 변주곡 BWV 768’ <은총 깊은 예수를 맞이하라>에서는 각 변주의 성격에 맞춰 레지스트레이션을 달리하며 작품의 다층적인 면모를 부각했다. 가령 제3변주에서는 갭 레지스트레이션을 통해 오른손의 빠른 16분음표 패시지 속에 숨겨진 정선율을 명료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제7변주에서는 양손의 화려한 음형을 쌓아 올려 구조적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2부는 카바코스 지휘아래 KBS교향악단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을 연주했다. 카바코스는 익살스러움을 순화시켜 내밀한 서정성을 강조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1악장은 영혼 없는 인형들이 섬뜩하게 움직이는 듯한 풍자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날 연주에서는 곡의 중반부로 들어서기 전까지 플루트와 트럼펫을 통해 유려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택했다. 이로 인해 곡에 내재된 냉소적인 유머는 희석됐고, 도리어 타악기군이 만들어내는 색채감이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 바순이 프레이즈 중간에 악센트를 삽입하며 긴장감을 부여하려 했지만, 전체 앙상블이 포르테로 전환되고 나서야 비로소 악장이 지닌 본래의 익살스러운 성격이 살아났다. 한편 카바코스가 추구한 내밀한 성찰은 2악장의 고독한 독백에서 설득력을 얻었다. 첼로 솔로는 과장된 감정 표현을 절제하고 진성으로 선율을 풀어냈으며, 곡이 진행됨에 따라 플루트와 현악기는 템포를 서두르지 않고 안정적으로 연주해 악장의 비극적인 서사를 구축해 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오케스트라는 구조적으로 종종 균열이 발생했다. 특히 금관악기 앙상블의 문제는 공연 내내 집중력을 흩트리는 주된 요인이 됐다. 2악장 도입부 트롬본의 연주는 파트 내에서 앙상블이 어긋났고, 톤 밸런스도 불안정해지며 장송곡풍의 엄숙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실패했다. 악장 후반부의 호른과 트럼펫 역시 음정이 불안했는데, 악장이 거듭될수록 금관 악기를 중심으로 연주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폐막 공연은 '설계'와 '실체' 사이의 흥미로운 변증법을 보여줬다. 1부에서 악기와 공간의 조화를 통해 바흐의 음악적 질서를 효과적으로 구현했다면, 2부 쇼스타코비치는 내밀한 성찰이라는 메시지와 앙상블의 기술적 균열 사이에서 진동했다. 흠결 없이 구축된 바흐의 세계가 있었기에 쇼스타코비치의 세계에 나타난 균열들은 더욱 처절한 인간사의 상흔과 같은 연주였다. 결과적으로 페스티벌은 음악적 완성도를 넘어 완벽과 불완전의 공존을 통해 삶의 본질을 되묻는 철학적 질문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5 10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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