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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릴 페트렌코 & 베를린 필하모닉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2분 분량

브람스에서 빛난 밀도 높은 앙상블

2025년 11월 9일 일요일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와 내한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이날 공연은 독일 레퍼토리를 통해 악단의 정통과 현주소를 동시에 보여주는 자리였다.


첫 곡인 슈만 ‘만프레드 서곡’. 각 주제와 에피소드를 풀어내야 하는 일부 프레이즈에서 리듬과 박자를 또렷하게 정렬시켜 곡의 구조를 명료하게 드러내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다소 유연하게 진행돼 때때로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흐려지기도 했다. 곡의 초입부터 현악기와 목관의 앙상블이 맞지 않는가 하면, 프레이즈와 프레이즈 사이가 다소 느슨하게 이어지는 구간이 발생했다. 객석을 압도하는 힘보다는 이후 프로그램을 여는 예열에 가까운 연주였다. 슈만 ‘피아노 협주곡’ 협연으로 함께한 김선욱은 셈여림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과정에서 루바토를 사용해 곡의 표현을 보다 내밀화하는가 하면, 때때로 프레이즈 말미에는 독립된 단음으로 해석하며 응축된 감정을 담아 연주하기도 했다. 이런 표현이 2악장에서는 서정적인 흐름과 잘 맞물렸지만, 1악장에서는 오히려 음악적인 흐름 안에서 표현이 단선적으로 끊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내밀화된 표현을 위해 피아노의 음량은 대체로 작게 이어진 편인데, 베를린 필은 음량 밸런스를 맞추면서도 서정적인 곡의 운율을 살리기 위해 공명감 있는 연주를 이어갔다. 특히 1악장에서 현악기, 클라리넷이 크레센도로 연주의 흐름이 점차 확장되는 과정에서도 협연자와 오케스트라간의 실내악적인 호흡이 대체로 잘 살아났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은 이날 프로그램 중 가장 완성도 높은 연주였다. 페트렌코는 1악장과 4악장에서 앙상블의 구조적 완성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1악장 도입에서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크레센도로 밀도를 높여 가는 과정은 팀파니의 규칙적인 리듬이 더해지자 곡 전체의 긴장감이 극도로 팽팽해진 듯했다. 코다에서는 템포를 급격히 몰아붙이지 않고 완만하게 진행하면서 음량보다는 음색의 밀도로 긴장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4악장에서는 현악기의 피치카토로 여유 있게 시작해 템포와 다이내믹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가 하면, 튜티에서는 각 악기군이 서로 다른 층위를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큰 구조를 만들어내며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연주했다. 한편 2악장과 3악장에서는 목관악기의 개성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다. 2악장에서 오보에 수석 알브레히트 마이어는 마치 작은 협주곡처럼 레가토로 연주를 이어가면서도 엇박을 통해 앙상블에 균열을 내어 선율 자유롭게 펼쳐냈고 3악장에서 클라리넷 수석 벤젤푹스 역시 전체 오케스트레이션의 톤 밸런스 안에서 악센트를 강조하며 음악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이어나갔다. 다만 두 악장 모두 호른이 합류하는 지점에서는 톤 밸런스가 순간적으로 흔들리며 전체 앙상블이 흔들리는 구간도 더러 있었다.


앙상블의 균열이 가해지는 몇 부분을 제외하면 치밀한 구조감의 브람스 ‘교향곡 1번’과 협연자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 모두에서 악단의 밀도 높은 음향구조와 단원들의 높은 개인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베를린 필이 여전히 세계 최정상의 악단으로 불리는 이유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글은 ≪음악저널≫ 2025 12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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