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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롬프 타악기 국제 콩쿠르 준우승 기념 공성연 리사이틀

  • classiccriticism
  • 4월 30일
  • 2분 분량


박스로 쌓아 올린 이카로스의 비행

2026년 3월 10일 화요일 19:30 예술의전당 IBK기업은행챔버홀


이번 타악기 연주자 공성연의 트롬프 타악기 국제 콩쿠르 준우승 기념 리 사이틀은 젊은 예술가의 기획력이 돋보인 생동감 넘치는 공연이었다. 다이달로스와 이카로스의 모티브로 차용해 콘셉트를 정하고, 해당 콩쿠르를 위해 위촉된 박스 오피스'와 벤 월런드의 구글, 그리고 바흐의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2번'의 각 악장을 재배치하여 3개의 섹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 각 장면에 서로 다른 감정과 장면을 불어 넣었다.


박스와 악기의 형태, 개수나 모양 등 연주자에게 무한한 자유를 준 데이비드 드람과 마르틴 폰서의 '박스 오피스'는 이날 프로그래의 중심이었다. 이날 무대에는 공성연 과 함께 김동현(피아노), 신승수(전자 기타)가 올라 공연을 완성했다.

제 1장 '재능과 열정'은 '박스 오피스'의 F와 A악장으로 시작했다. 여러개 의 종이 원통을 지지대로 두고, 두터운 종이를 퍼커션의 브러쉬를 사용하 여 연주를 진행했다. 소리는 선율이나 고를 강조하기보다 재질의 질감과 재료 본연의 소리를 강조하며 이야기의 서사를 풀어냈다. '박스 오피스'의 A악장을 풀어내는 과정에서는 무대 조명이 밝아져 연주자가 연주하고 있지 않음에도 사전에 녹음된 전자 음악이 루프'를 이뤄 연주가 이어짐을 알 수 있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패턴화된 시간의 세계 속에서 퍼커션이 피아노, 전자 기타와 함께 소리를 내는 이번 공연의 콘셉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장치였다. 이어서 공성연은 마림바를 활용하여 파르티타 2번'의

'Courante'와 'Gigue, Allemande'를 차례로 연주했다. 공성연은 선율의 유려함보다 셈여림의 대비와 리듬 운영을 추진력 있게 진행함에 따라, 마테 손의 감정이론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열정'과 질서 있는 진지함'을 함께 표 현해 내 곡 본연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출했다.

제 2장 '과열은 상실인가 해방인가'에서는 음향이 더욱 압축되고 밀도 있 는 연주를 들려줬다. 벤 월런드의 '구글'에서는 이다의 열정이라는 콘셉트 를 잡은 만큼 비브라폰의 음색과 울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페달을 활용하여 지속음을 내고, 이 위에 주선율을 풀어내었기 때문에 아름 다운 울림의 소리가 멈추지 못한다는 공연의 의도를 정확하게 풀어냈다.

이어지는 '박스 오피스'의 B악장에서는 말렛 하나로 원통을 치던 소리가 피 아노가 개입되면서 함께 확장됐고, 두 개의 말렛으로 적재된 종이 박스를 연주하는가 하면 무대 정중앙에 있던 높이가 긴 박스를 두드리며 연주가 이어졌다. 점차 공간감과 음량은 확장됐지만, 선율을 통한 아름다움은 퇴 색됐다. 이 때문인지 파르티타 2번의 Sarabande'는 공명을 확장하여 서정 성과 표현력을 강조했는데, 이는 마테의 감정이론을 차용하며 아름다움을 잃은 상실감으로 표현됐다.

제 3장의 반항, 연소, 그 후를 그리는 과정에서 시작된 박스 오피스의 E악 장에서는 '기준을 깬다는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피아노는 단일음을 내면서 퍼커션의 연주는 더 격정적이었고, 전자기타는 규격화된 박자를 벗어난 듯 한 역동적인 리듬 해석을 보여주며 형식을 뛰어넘는 순수한 음악적 쾌감을 선사했다. 특히 C악장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여주며 길 이가 긴 박스를 넘어뜨린다든지, 전자기타를 비롯한 전자음악을 활용해 비 정형적인 흐름에 따라 생동력이 있는 태고의 소리부터 과열되어 활활 타버 려 재가 되는 순간까지 이어졌다. 파르티타 2번의 'Chaconne'는 일종의 에 필로그 성격을 갖게 하려고 연주의 끝자락에는 음량과 공명을 키워냈으나, 연주 전반에 걸쳐 공명과 감정 표현을 절제하여 연주를 풀어내 상실에 따 른 체념을 표현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이번 리사이틀은 바흐와 현대 타악 작품을 단순히 병치하는 데 그치지 않 고, 두드릴 수만 있다면 뭐든 악기가 된다는 타악기의 특성을 박스를 통해 연출하고, 전자 음향과 악장 재배치를 통해 재능의 탄생과 과열, 그리고 상 실 이후의 체념까지 하나의 서사로 조직해 낸 무대였다. 개별 작품의 고유 한 음악적 논리를 함께 묶어낼 수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 보면 결국 부제인 'My Beautful Chaos'는 혼돈을 파괴의 상태가 아니라 새로운 감각으로 전 환하겠다는 의미였던 셈이다.



글 이강원(클래식음악평론가)


※ 이 글은 ≪음악저널≫ 2026년 4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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